“전쟁의 본질은 폭력.
사람을 죽이고, 사람이 죽는 것.“
우리는 살면서 많은 전쟁 이야기를 읽고, 듣습니다. 아주 흥미미진진한 이야기들이죠. 그 속에는 영웅이 있고, 영웅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의 영웅들의 이야기로만 거대한 전쟁을 바라보다 보면, 그 아래 무수히 많은 불행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죠. 영웅이 아닌, 그래서 힘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이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당연하듯 불행을 맞이합니다. 어쩌면 누구는 그 불행을 희생이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가피한 희생이라 할지라도 불행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잊어버린 옛날 이야기”
지금은 평화의 시대입니다. ‘전쟁’이라는 말은 그저 이미지로 존재할 뿐, 구체적 경험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시대죠.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이 ‘전쟁’이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이야기하는 지 모릅니다. 전쟁의 참혹성보다는, 미화된 선정성에 익숙해져 이데올로기나 가치관의 충돌로만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죠. 하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은 옛날에 우리도 이 잔인한 흐름에 맞닥뜨린 적이 있습니다. 그 시대에 살았던 우리의 전 세대들은 맨몸으로 이 가혹한 불행에 휩쓸려 고통 받았죠.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고, 형제들이 다쳤으며 자신 또한 상처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흘려 평화가 당연시된 이 시대에는 전쟁이라는 단어가 그저 희미한 기억,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역사적 사건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과거는 미래가 되기도 하죠. 전쟁의 아픔을 잊는 순간, 너무나 쉽게 전쟁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개인의 삶으로 바라본 전쟁”
이 책에서 주인공은 전쟁 영웅이 아닙니다. 전장에 나가 멋지게 싸우는 전사 또한 아니죠. 그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나와 나의 형제, 부모입니다. 가족들의 안전이 전부인 사람들이죠. 그들에게 전쟁은 어떤 의미일까요? 나의 전부를 뺏어가는 괴물이 아닐까요? 물론 전쟁을 개인의 관점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개인은 거대한 조직이나 국가를 구성하는 일원이기에 거시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전부를 잃어야 하는 개인의 관점은 절대 무시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은 바로 이 관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절제된 문장과 아름다운 이미지를 통해 역설적으로 전쟁의 잔인함을 표현하고 있죠. 슬프고 마음이 아팠던 과거 우리의 이야기를 이미지로 형상화 시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