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총평
● 심사위원 조성기 작가 (소설가, 《1980년 5월 24일》 저자)
응모작 30편 전체를 읽으며, 일단 예상외로 수준이 높다는 인상을 받았다. 착상은 신선하나 작가가 착상에 압도당하여 제대로 전개하지 못한 작품도 있고, 문장도 좋고 구성도 좋으나 기독교적 가치관이 드러나지 않아 응모 의의에 맞지 않는 작품도 있었다.
대상작 〈세잎클로버〉는 유년과 초등학교 시절의 애틋한 추억을 통해 신앙적인 영향을 받은 사례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수미상관의 구성미도 잘 살렸다. 특히 세잎클로버와 네잎클로버의 상징을 활용하여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귀한 교훈을 준다.
우수작 〈바라건대, 주여〉는 모방 욕망을 자극하는 이상형을 관찰하는 과정이 흥미롭고, 이상형의 진면목을 알아 가면서 신앙에 눈 뜨게 되는 계기가 자연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가작 세 편 중 〈들보 속 가시밭길〉은 가정과 직장 생활에서의 갈등을 현실감 있게 드러내면서 화해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전개했다. 구성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문밖에 범이 없나요?〉는 충격적인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용서의 주제를 잘 살린 작품이었다. 시점 문제에 약간의 혼돈이 있었는데, 앞으로 이 점에 유념했으면 좋겠다. 〈새아빠〉는 아빠를 잃은 소녀가 엄마와 새아빠의 결혼 과정을 겪어 내는 내용이 섬세하고 아기자기하게 전개되는 작품이다. 새아빠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진정한 아버지는 하나님임을 깨닫는 대목이 감동적이다. 갈등이 좀 더 표현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종교와 문학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종교는 연역적이고 문학은 귀납적이다. 문학을 통해 종교의 주제를 드러내는 일은 어떤 작업보다 지난하다. 종교와 문학의 관계를 깊이 연구한 어느 학자는 종교의 주제를 문학에서 담아내려면 작가가 출중한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 상을 받는 분들에게 축하를 보내며 더욱 정진하기를 바란다.
수필 총평
● 심사위원 송광택 목사 (출판 평론가, 한국교회 독서문화 연구회 대표)
“글쓰기에 대해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사실은 이것이다. 쏟아부어라. 날려 버려라. 갖고 놀아라. 다 잃어라. 지금 당장 하라. 좋아 보이는 것을 나중에 쓴다고 모아 두지 말고 지금 써 버려라. 전부, 전부 다 지금 써버려라.” 퓰리처상 수상 작가 애니 딜러드(Annie Dillard)의 말이다.
글을 쓰는 이는 적절한 구절, 적절한 단어를 찾으며 문장 하나를 만들어 낸다. 그것은 가공되지 않은 재료를 적절한 모양이 될 때까지, 적어도 최대한 적절한 모양에 가까워질 때까지 깎아 내는 석수(石手)의 작업과도 같다. 따라서 글을 쓰는 사람은 언어를 다루는 일이 얼마나 고된 작업인지를 안다.
제4회 세움북스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많은 분들이 원고를 보내왔다. 삶의 고단한 시절을 회고하는 글로부터 신앙생활의 여정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한 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접할 수 있었다. 가족 안에서의 상처와 관계 회복, 곤고한 날들을 통과하며 눈물 흘린 경험, 지나간 날들을 추억하며 발견한 보석 같은 깨달음, 그리고 신앙적 성숙을 가져다준 체험 등을 담고 있는 글들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 주었다.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작가로서의 내공을 보여 주는 글도 있었고, 따듯하고 순수한 문학적 감수성이 스며 있는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수필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문단 나누기 같은 기본을 무시한 글도 눈에 띄었다. 전반적으로 좋은 글들이 많았지만 큰 울림을 주는 글이 많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 분들이 여럿 있어서 기쁘고 반가웠다. 꾸준한 정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