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아닌 나의 내일을 위한
작지만 힘찬 날갯짓
네 귀퉁이의 기둥 가운데 하나만 부실해도 건물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밥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다. 쌀과 물의 양, 불의 세기, 조리 시간 중 한 가지만 틀어져도 못 먹게 된다. 다미의 삶도 그랬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히 좋은 어른들의 도움 덕에, 그리고 타고난 재주 덕에 어두웠던 다미의 삶에 변화가 찾아온 것 같지만, 다미가 그 도움과 변화를 받아들이려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다미는 아마 계속해서 암울한 현실 속에 갇혀 있었거나, 자기 이름을 포기하고 궁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비효과’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지요? 가녀린 나비의 날갯짓처럼, 하찮아 보이는 우리의 미세한 꿈틀거림이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좋습니다. 당장은 그 사소한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시간을 넘어 저 먼 미래로 가면, 바로 그 꿈틀거림으로 인해 우리는 남들과는 조금이라도 다른 길을 걷고 있을 것입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다미는 빙허각에게 ‘여성도 자기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재능을 펼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꼈지만 끊임없이 그 말을 곱씹으며 고민했다. 또 이미 가진 재능도 계속해서 갈고닦았는데, 카스테라와 별사탕 같은 서양 음식 조리법을 책에서 우연히 접했을 때도 낯선 것이라며 외면하지 않고 자기 재능을 더 넓은 분야로 확장해 냈다. 결국 다관을 운영해 보겠느냐는 김무생의 제안을 받았을 때, 다미는 그동안 부단한 노력으로 단단해진 스스로를 믿고 자신의 미래를 직접 선택할 수 있었다.
누구든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어느 쪽으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뿐이라는 것,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꾸준한 날갯짓이 끝내 바람의 방향을 바꾸고야 만다는 것을 21세기의 청소년들에게 19세기 소녀 다미가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