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야기는 영화가 끝나고 시작된다!
스크린 속 숨은 의미와 메시지를 찾아 떠나는 시간
영화는 참으로 매력적인 장르다. 등장인물들이 치열하게 주고받는 대사로, 때로는 대사 없이 흘러가는 화면 속 상황으로, 대자연의 경이로운 풍경으로, 경우에 따라선 멀찌감치 들리는 소리만으로도 영화는 복잡다단한 현실의 이야기들을 두어 시간 만에 깊이 느끼고 공감하게 한다. 영화에 이끌려 순식간에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나면, 이를 통해 얻은 생각과 감동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어쩐지 어렵고 쑥스러워, ‘재밌다’, ‘감동적이다’ 같은 식상한 말들로 대강 추천하고 지나치기 일쑤다. 분명 마음속엔 이야깃거리와 궁금증이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라제기 기자는 이런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를 되새기며 숨겨진 의미와 메시지를 함께 들추어 준다. “영화는 아는 게 많을수록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매체”라고 여기는 저자는 사회적·문화적·역사적 맥락은 물론, 산업적 특징까지 고려해 가며 영화를 깊이 이해하고자 애쓴다. 그리고 미처 눈여겨보지 못한, 생각지 못한 부분들을 일깨우며 영화가 건넨 소통 지점으로 다시금 우리를 데려가 영화의 의미와 메시지에 귀 기울이게 한다.
영화 한 편도 간단히 보지 않는
또 다른 세상의 관찰자들을 위하여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해 가고, 개인적인 고민으로 골치 아픈 날도 많다. 이럴 땐 영화를 오락거리로 즐기며 머릿속을 비워 볼까도 싶다. 하지만 막상 웃자고 본 영화, 시간 때우기용으로 본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우리는 이런저런 생각거리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다른 세상과 타자의 삶을 만나고 이해하는 창구 같은 존재인 까닭이다. 하지만 영화 곳곳에 박힌 상징과 의미, 기호들을 파악해 내기란 쉽지 않다. 분명 이해할 수 있는 장면, 공감 가는 대사가 있지만 정확히 어떤 부분들에서 그렇게 느끼게 되었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렇게 알 듯 말 듯 답답한 상황에서 저자는 손을 내민다. 경험 많고 현명한 운동 코치처럼, 영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장애물을 쉬이 넘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할 정도로 시종일관 지치지 않고 한 컷 한 컷을 샅샅이 살핀다. 드러난 장면과 대사 외에도 무수히 많이 숨겨진 장치들을 함께 찾아보고 나면, 틀림없이 봤던 영화가 새롭게 보이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겪게 된다. 혼자 오래 고민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불쑥 던져 주기도 하고, 현실과 닮아 있는 모습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건네기도 하는 영화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 시간이다.
세상을 줌인하고 인생을 논하는 여섯 가지 키워드로
더욱 짜릿해지는 영화 읽기
『다가오는 영화들』은 볼거리가 풍성한 블록버스터 영화, 작가 정신이 뚜렷한 독립 영화를 가리지 않고 재미와 작품성을 두루 갖춘 다양한 영화를 망라한다. 특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돌아보아야 할 가치와 기준들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는 작품,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보며 지금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작품 27편을 골라 모았다. 독자들은 저자와 함께 작품을 속속들이 들추어 보며 그동안 몰랐던 세상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1장에서는 공동체를 이루는 데 필요한 ‘균형’에 대해 다룬 〈원 세컨드〉, 〈수프와 이데올로기〉 등, 2장에서는 ‘정의’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더 배트맨〉, 〈동주〉 등의 영화를 소개한다. 3장에서는 진실과 거짓, 이상과 현실을 줄타기하며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우연과 상상〉, 〈돈 룩 업〉, 〈추락의 해부〉 등, 4장에서는 ‘인생’을 둘러싼 여러 모습을 보여 주는 〈노매드랜드〉, 〈인생은 아름다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의 영화를 다루며 독자들의 깊은 사유를 이끈다. 5장에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오만과 편견’에 맞서는 인물이 등장하는 〈히든 피겨스〉, 〈그린 북〉 등, 6장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회 사이의 ‘연결’을 둘러싼 〈브로커〉, 〈레이디 버드〉 등의 작품으로 관계의 본질에 대해 파헤치며 진정한 관계에 대한 통찰을 얻게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영화들 가운데 저자가 골라 뽑은 27편의 ‘다가오는’ 영화를 통해 독자는 오늘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만한 의미 있는 시간을 누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