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다
주디스 버틀러의 『전쟁의 프레임들: 삶의 평등한 애도가능성을 향하여』는 전쟁 상황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대한 비판이다. 전쟁의 폭력 그 자체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폭력에 대한 선택적인 분노와 생명에 대한 불평등한 애도를 비판한다. 저자는 생명의 소중함 또는 폭력의 가증스러움을 단지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삶이 서로 직간접적으로 의도치 않게 연결된 복잡한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폭력이 덜 발생하게 하고 삶을 더 평등하게 할 것인지를 찾는다.
저자는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폭력의 한 조각만을 드러내서 편견과 증오를 불러일으키고 전쟁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생명들을 가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윤리감각을 마비시키는 프레임들을 분석했다. 어떤 삶은 애도할 가치가 있고 어떤 삶은 그렇지 않다고 규정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질서를 재구성하고 삶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강제하는 것이다. 특히 소수자, 약자, 그리고 전쟁과 폭력의 희생자들의 삶의 가치가 무시되곤 한다.
아부 그라이브 고문 사진이 보여주는 전쟁의 프레임들
아부 그라이브 포로들을 성추행 및 고문하는 사진이 미국 국민들에게 준 충격은 강렬했다. 아부 그라이브 포로들을 고문하는 미군 병사들은 대체로 즐거운 표정이었고 카메라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들이 근무하는 곳 안에서 그 행위들은 부끄러울 것도 감춰야 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진이 포로수용소 바깥으로 나왔을 때 사람들은 사진 속에서 고통 받고 모욕당하는 ‘인간’을 보았다. 감옥 안에서 작동했던 프레임이 전쟁에서 먼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디스 버틀러는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와 「타인의 고통에 관하여」라는 두 편의 논문을 바탕으로 고문 사진과 관련된 보도 행태를 분석하면서 전쟁 중에 작동하는 비인간화하는 프레임을 보여주었다.
누구의 삶이라도 기꺼이 축하하고 마땅히 애도할 수 있는 세상을 향하여
『전쟁의 프레임』은 단순히 전쟁에 대한 비판을 넘어, 삶의 가치, 인권,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폭력에 대해 비폭력으로 저항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슬픔, 분노, 애도와 같은 감정을 표현하고 공유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행위가 폭력에 대한 저항의 중요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공감이 연대의 기초가 될 수 있다. 연대와 공동체를 통해 상호 이해와 공감을 증진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새로운 윤리적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다.
특히 분단 후 휴전 중인 한국 사회의 특수한 상황에서 이러한 시각은 우리에게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전쟁과 내전, 폭격과 폭탄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쟁이 앗아간 목숨, 전쟁으로 고통 받는 삶들 모두를 애도하고 고통을 덜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기 위해 먼저 우리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전쟁의 프레임들을 깨트리자고 제안한다.
“전쟁의 프레임 속에서 사는 삶고 죽는 삶도 아니게 되는 세상에서
누구의 삶이라도 기꺼이 축하하고 마땅히 애도할 수있는 세상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