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유서가 10주년을 맞이하여 소설집 『출간기념 파티』가 출간되었다. 교유서가는 지난 10년간 인연을 맺은 소설가 13인에게 ‘책’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을 청탁했다. 교유서가에서 책을 펴냈거나 펴낼 예정인 저자들(고은규, 김종광, 김학찬, 박이강, 반수연, 방우리, 부희령, 이경란, 이상욱, 정명섭, 채기성, 하명희, 한지혜)이 참여하여, 교유서가 소설 시리즈의 과거-현재-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되리라 기대한다. 한곳에서 만나기 힘든 작가들이 교유서가의 1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는 점에서 부희령 작가의 작품명 「출간기념 파티」가 제목으로 꼭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 파티는 교유서가와 13인의 작가들만이 아니라, 교유서가의 책을 읽고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는 여러 독자께도 활짝 열려 있다.
책장 너머 이야기의 하모니
‘당신이 생각하는 책은 무엇인가요?’
이번 소설집에서는 작가들이 ‘책’과 관련하여 어떤 독창적인 상상을 펼쳤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설가들이 떠올린 책은 모두 다른 모습이다. 지난 세기의 유물처럼 여겨질 정도로 읽히지 않는 물건이기도 하고(부희령, 「출간기념 파티」), 정말 지난 세기의 유물이 되어 핵겨울을 나기 위한 땔감으로 쓰이기도 하며(정명섭, 「도서관의 괴물」), 이색 카페의 벽지 퍼포먼스에 활용되고(이경란, 「소년들은 자라서 어디로 가나」), 시간여행을 가능케 하기도 한다(채기성, 「시간유영담」).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교유의 수단이기도 하지만(하명희, 「편지의 시절」 / 이상욱, 「시립 도서관의 이면」), 반대로 갈등을 조장하는 존재가 되기도 하며(고은규, 「이것은 소설인가」 / 박이강, 「우스운 사랑들」), 가난한 자가 그리던 이상이자(반수연, 「설탕공장이 있던 자리」), 인생의 은유(한지혜, 「가정식 레시피」)이기도 하다.
각 작품은 독자에게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삶을 새롭게 해석하게 한다. 책이란 단순한 정보의 저장소가 아니라 우리 존재와 연결된 다층적인 사물이다. 직접적으로 책을 겨냥한 문장이 아니더라도 책과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문장이 많다. “숱하게 시간을 유영해 그 사람을 향해 가는 건, 동시에 나의 존재와 의미를 알아가는 거였어”(「시간유영담」)는 책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을 잘 보여준다. “늘 어딘가 다른 곳에 존재하리라고 막연히 믿었던 자신의 진짜 삶을 향해 한 발 내디딘 듯했다(방우리, 「ㅂ의 유실」)”는 책을 읽으며 발견하게 되는 새로운 세계와 진실을 암시하는 듯하다. 책은 미지의 다수에게 남긴 편지와 같다. 편지를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도, 읽고 무엇을 느낄지도 읽는 사람 마음이다. 쓰는 사람들은 온전한 마음을 담아 읽는 이들에게 가닿길 바랄 것이다. 여전히 읽고 쓰는 사람들이 있기에 교유서가는 이렇게 초대장을 띄운다. 10주년을 기념하는 파티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우리가 만난 시간이 빛처럼 깜빡일 때가 있어요. 문득 안부 인사 내려놓고 가려고요. 다 달빛 때문이에요.”(「편지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