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림, 해학으로 그려낸 달관의 세계
곽태조 시인의 시를 전통적 서정시의 한 갈래로 읽는 것은, 화자의 감정이 자연물에 투영되기 때문이다. 소월을 이어 영랑·목월을 거쳐 오늘날 전통적 서정시의 맥을 가장 잘 잇고 있는 시인을 꼽으라면 문태준 시인이라 할 수 있는데, 곽태조 시인 또한 그 연조로 볼 때 그 전통의 맥을 잇는 하나의 징검돌로서 서정시 발전에 나름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곽태조 시인은 요즘 문단의 커다란 화제인 이후以後 문학인으로, 교직에서 정년 이후 활발한 창작활동을 보여줌으로써 한국문학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문인의 한 사람이다. 현대시가 시인의 기분이나 심리를 지나친 상상력을 반영한 낯선 문장으로 끌고 가면서 일반 독자와의 틈이 존재하는 지금, 이해가 쉬운 전통 서정시는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창의를 앞세운 최근 시가 과한 정신적 내면의 진술로 독자들에게 외면당하는 것에 비해, 곽태조 시인의 시편들은 읽는 순간, 시인의 감흥이 바로 전해지도록 전달성을 염두에 두고 썼음을 알 수 있다. 주제에 따른 의미 전개에 있어, 이중의 알레고리로 표현되면서 독창성에 커다란 의미를 두는 미래파 이후의 시 경향과는 반대편에 서서 이렇게 써도 시가 될 수 있다는, 나름 자연염료를 풀어 일상의 삶을 순순하게 그려낸 시인의 이번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