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창제에 대한 정확한 사실과 의혹을
가리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훈민정음은 1443년 세종 25년에 창제된 후 1446년 세종 28년에 반포된 문자로서, 한글의 옛 이름이다. 한국 사람은 훈민정음을 세종대왕이 만들었다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훈민정음을 정말 세종대왕이 만들었을까? 이 질문은 그 자체로 충격과 의외성을 가져다준다. 지금껏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반포했다는 말을 의심해 본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책 〈세종실록에 숨은 훈민정음의 비밀〉은 하나의 질문에 이어지는 다음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었을까? 집현전 학자들이 훈민정음을 만들었을까? 세종대왕이나 집현전 학자들은 문자를 새로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었나? 훈민정음을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했고 언제 반포했을까? 훈민정음해례본을 누가 편찬했을까?
남아 있는 기록은 다른 말을 한다.
대담한 주장을 검증하려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이 뒤따른다. 수많은 질문에 근거 있는 답변을 해야만 주장을 관철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수많은 질문을 나열하고 그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세세한 질문에 하나하나 답변할 때 근거는 문헌에서 따왔다. 《세종실록》, 《세조실록》 등 조선왕조실록을 주로 인용했고, 《훈민정음해례본》에서 〈세종어제〉, 〈훈민정음해례〉, 〈정인지 서문〉을 샅샅이 훑었고, 그 외 《복천보장(김수온 필사본)》, 《청권집유(효령대군 문집)》, 영산김씨 족보 등 기타 자료에서 찾았다. 서울, 충북 보은, 경북 안동, 강원 평창 등 전국에 있는 훈민정음의 흔적을 쫓아다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대한 답은 세종실록에 있었다. 모든 단서는 세종실록에 기록되어 있었고 관련된 자료를 찾아 검증하면서 실제로 현장을 답사하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저자는 20년간 훈민정음에 얽힌 비밀스러운 얘기를 풀어헤쳤다.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묻고 답하는 식으로 글을 썼다.
훈민정음을 만든 이는 승려 신미대사이고, 훈민정음을 완성한 이는 세종대왕이다. 세조대왕은 훈민정음을 보급했고 학조대사는 훈민정음해례본을 간행했다. 세세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세종실록 등 명확한 근거를 제시했으며, 조사하고 검토하고 추정하고 확인한 결과를 간결하게 정리했다.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인물과 지명과 이야기들, 조선 사회의 여러 장면을 다채롭게 그려내는 칼럼도 곁들였다.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질문을 하나로 묶고 핵심만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왜, 누가, 언제 훈민정음을 만들었나?’
세종 10년(1428) 경남 진주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사건(김화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훈민정음을 만들기로 결정되고, 한문은 물론 산스크리트 문자와 파스파 문자에 해박한 신미대사에게 훈민정음을 만들게 하였다.
신미대사는 세종 10년(1428) 10월 3일부터 사대부와 유생들의 눈을 피해 서울 흥천사, 청계사, 경기도 가평 현등사, 예빈사, 황해도 장연 천불사, 강원도 춘천 청평사 등에서 훈민정음을 연구하였을 것이다.
드디어 훈민정음이 만들어지자 세종대왕은 세종 25년(1443) 12월 30일에 훈민정음을 반포하였다. 신미대사는 훈민정음이 반포되고 나서 2년 8개월 동안 훈민정음해례를 집필하고 세종28년(1446) 9월 상한에 훈민정음해례본을 편찬하였다. 세종실록에 등재된 것은 세종28년(1446) 9월 29일이다.
훈민정음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평가가 필요하다
훈민정음은 우수한 문자 체계다. 세종대왕이 만들었고 발성기관의 형태와 성리학 원리를 본떠 만들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로 되어 있고 우리도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훈민정음의 기원에 대해 새로운 주장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그것이 역사 기록에 남아 있는 내용과 다르다면 바로잡아야 옳은 일일 것이다. 최근 ‘한요부 타삼오해(고려한글)’ 등 한글 기원에 대한 새로운 주장들과 함께, 이 책의 저자가 제시하는 ‘신미대사 창제설’도 논의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한글, 훈민정음, 세종대왕에 관심 있는 이들, 특히 우리 역사를 깊게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중요한 책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