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인지 가슴 속인지에는
언제나 만경 강가 옛집이 들어서 있어서
강 속의 섬에는 갈대가 흔들리고,
저녁 어스름에는
수수가 긴 그림자를 내려놓고 있고,
저녁밥을 먹고 나면
빨간불 파란불 반짝이는
비행기가 소울음 소리를 내면서
북쪽으로 가고 있었다.
내 詩는 여기서,
아, 거기로 가닿아야 하는데,
언제쯤 내 詩에서도
소 울음 소리가 들릴랑가 모르겠네.
시집 〈물고기가 되겠습니다〉 시평 _ 김사인 시인
“그는 남다른 강직함의 법률가로 알려진 이름입니다. 그런 가운데 마음 속에 시를 품어, 쓰고 고치기를 평생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시심(詩心)이, 두루 회자되는 바 그의 의로움과 둘이 아님을 확신합니다.
그는 전주시로 통합되며 사라진 만경강변 완주 조촌면 사람. 마음에 고향을 지닌 이는 어떤 사나운 시간 속에서도 순결한 그리움을 아주 잃지 않습니다.
이 시집에는 고향을 향한 회한이 있고, 암울하던 학창시절과 불우한 벗들의 이름이 있고, 오늘의 고달픈 이웃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울분이 또한 있습니다. 거르고 또 걸러진 시편들은 이슬방울같이 투명하고 아프고 또렷합니다.
시는 많은 말을 귀함으로 삼지 않습니다. 얇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 단정하고 선량한 시집에 경의를 표합니다.”
〈김사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