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로 널리 알려진 소설가 김성동의 유고 역사 에세이.
작가가 양평 용문산 자락 덕촌리에 머물 때 미륵뫼(양평 용문산의 옛이름)에 발자국을 남긴 인물 이야기를 각종 사료에 근거하여 집필한 육필 원고 2024매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1부에서는 미륵뫼 전사(前史)로 궁예와 당취부대 이야기를, 2부에서는 미륵뫼와 개화파 이야기를, 3부에서는 김백선 장군을 비롯한 미륵뫼 의병 이야기를, 4부에서는 미륵뫼에서 온 붉은 승려 김성숙 이야기를, 5부에서는 여운형 이야기를 담았다.
역사학자도 아닌 소설가 김성동이 총 740쪽에 달하는 역사 이야기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미륵뫼 당취가 젤 쎘지. 일금강 이지리 삼용문이라고 했지만 진짜로는 용문산, 그러니까 미륵뫼서 온 당취들이 젤 무서웠다니까. 악양반 악지주 악공다리 가왜놈들한텐 말이지.”(이 책 701쪽)
이 책에는 궁예, 여운형 등 들어본 듯한 이름자도 등장하지만 김백선, 김성숙 등 낯선 이름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름자를 알 법한 인물들조차도 우리 역사책에서 다루기를 꺼리는 인물들이다. 일제와 싸우다 이름도 무덤도 없이 돌아가신 의승병들에 대한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미륵뫼 당취’, 미륵뫼를 근거지로 활동했던 이름없는 의승병들에 대한 이야기다.(오늘날 못된중을 일컫는 말로 된 ‘땡초’ 말밑이 되니 당취 → 당추 → 땡추 → 땡초로 그 말이 바뀌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본문 79쪽 참조)
이 책에서 또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개화파에 관한 이야기이다. 김옥균, 박영효 등 갑신정변을 주도하며 개혁적 인물로 각인되었던 그들이 어떻게 민족 반역자가 되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개화파들의 사상적 근원과 그들의 변화 그리고 변절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 우리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740쪽이라는 방대한 양뿐 아니라 언급된 여러 사료와 자료에 비추어 보았을 때 ‘역사 에세이’라기보다 ‘역사 학술서’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학자도 아닌 소설가 김성동이 이토록 역사적 문제에 천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른바 일류대학 나오고 도일유학, 도미유학, 도구유학을 했다는 박사 역사학자라는 이들이 죄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도 힘부림하는 물건들 무서워라기보다 밥그릇 뺏길까 두려워 입을 닫고 있는 것인지 정말 몰라서 말하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그들 불치(不齒) ‘사레기’(쓰레기역사가) 젖히고 이 많이 모자라는 중생이 나선 까닭이다.”(이 책 702쪽)
김성동 작가는 이 책의 집필을 끝낸 후인 2021년 조선의 별이었던 김삼룡 선생 옛살라비(고향의 우리말)인 충주에 바랑을 풀고, 충주 얼안 해방동무들과 역사기행을 준비하다가 2022년 9월 25일 우리 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