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신경희 시인은 매우 아름다운 은유의 시적 상상력과 섬세하고 예리한 감성과 적절하게 세련된 시어의 선택으로 감동을 극대화 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더 있다. 다른 시에서도 나타나지만 고달프고 외로운 홀로서기 오뚝이들이 흘러서 서로 만나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고 그리움이 되고 있다는 발상과 그 주제의 철학적 가치가 그렇다. 샘물처럼 혼자서 외롭게 흐르던 홀로서기 인생들이 서로 만나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된다는 것은 감동적인 철학적 사고다. 그래야만 이 세상의 구원이 가능하고 실제로 그렇게 홀로서기의 고독한 존재는 절망이 아니라 희망의 세계이며 이것이 구원의 메시지가 되고 있고 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절규다. - 김우종 (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시인은 가난해도 용서가 된다는 말이 따뜻한 위로가 되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긴 터널을 지나고 겨우 새벽을 맞이하였다. 동토에 새싹이 돋아나듯이 삶 속에 빛이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벼랑 위에 또다시 홀로서야 했다. 삶은 홀로서기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전화 너머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암입니다. 악성입니다.’ 또 한 번의 거대한 폭풍과 맞서야 했다.
항암의 고통과 탈모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했다. 그러나 시인의 마음에 곧은 절개가 있었으니 문방사우 벗을 삼아 문격을 귀하게 여기는 것, 원천이 깊은 시냇물이 되고,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그렇게 홀로서기를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