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빠르게 대응하는 길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의 영향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지역의 주민들은 산악지에 개설된 임도를 통해 고지대로 피난할 수 있었다. 도로가 침수된 도심에서는 임도가 다른 마을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로 역할을 하였다. 이처럼 임도는 재난 상황에서 대피공간이자 교통로 역할도 할 수 있다.
특히 임도는 산불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3년 경남 하동군과 2022년과 2023년 경남 하동군과 합천군, 경북 영주시에서 발생한 산불은 오후 시간대에 최초 발화되었고, 주요 진화 작업을 해가 진 이후 야간에 실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중 합천과 영주 산불은 임도를 진화에 활용하였으나, 하동 지역에는 산불 진화에 이용할 수 있는 임도가 개설되지 않아 야간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건강에도, 산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길
임도와 등산로에서 산책할 때 심박수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경사가 완만한 임도에서 걷는 것이 등산로를 걸을 때보다 건강증진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임도는 완만한 경사와 일정한 노폭을 갖춘 덕분에 걷기, 패러글라이딩, 산악자전거 등 다양한 산림 레포츠에도 이용된다.
임도는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산촌의 교통을 개선해 지역사회와 연결하고 소득 증대에 기여하며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임도의 기능과 발전 방향 제시
모든 개발이 그렇듯, 임도 또한 야생동식물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임도는 신중하게 계획하고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치하고,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야 한다. 하지만 임도가 산사태와 같은 재해의 원인이라고 무작정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태풍이나 강우 등이 발생했을 때, 임도가 피해를 가중시킬 수는 있지만, 이는 숲 속의 송전탑, 풍력발전시설, 야영시설, 군부대 등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임도가 자연환경, 그리고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이를 산림경영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한국산림과학회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10명이 모여 《숲으로 가는 길, 임도의 과학적 근거》를 집필했다.
1장에서는 임도의 정의와 기능을 역사와 현황을 중심으로 살피고 2장에서는 산림경영과 임업 측면에서 임도의 종류와 시설 효과를 살핀다. 3장에서는 임도 개설이 야생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며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임도 구조물 개선방안에 대해 고찰한다. 4장에서는 산림환경과 임도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기후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산림재난이 빈번해지고 대형화되는 현실에서 임도가 재난 예방과 대응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보았다. 5장에서는 임도를 이용해 지역 소멸 문제에 대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임도의 과제와 지속가능한 산림관리를 위해 임도가 나아가야 할 발전 방향에 대해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