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과연 위로가 될지 모르겠으나
이 지독한 피로는 인류가 태초부터 지녔던 숙명이었다.”
인류 역사를 아우르는 석학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피로의 인문학 A to Z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유난히 침울하고 변화가 빠른 것처럼 느껴지며, 실제로도 그렇다. 기후 변화, 전쟁, 팬데믹, 불안정한 경제 상황, 점점 심화되는 정치적 양극화는 기존의 생활 방식을 송두리째 뒤흔들 만큼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탈진 상태는 사실 시대를 초월한 현상이다.
이 책은 탈진에 관한 짧은 글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본주의, 에너지, 인생의 비용, 휴식, 시간, 완벽주의, 일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최신 연구부터 역사 속 고대의 지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헌을 넘나들며 배울 점을 찾았다. A부터 Z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마음에 끌리는 챕터부터 읽으면 된다. 순서는 상관없다. 이 책을 집어 들었다는 것은 이미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많지 않다는 뜻임을 알기에 모든 글은 짧게 썼다. 하루에 하나 이상 읽지 않는 걸 권장한다.”
_‘서문’ 중에서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한마디로 ‘탈진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업무 성과와 매출을 최우선시하는 분위기, 따라잡기 버거울 만큼 발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 기술, 중독성과 휘발성이 강한 온갖 미디어 매체들, 견고한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체제, 시간과 인간관계와 감정마저 효율을 따져 가치를 판단하는 사회적 기준이 인간을 무형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끝없이 내달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원히 굴러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완벽주의라는 허상을 좇거나, 조직이나 타인의 부당한 요구에 압도당하기도 하며, 끊임없이 들려오는 내면의 부정적인 목소리에 시달리다 어느 순간 두 다리가 땅에 붙박인 듯 멈춰 서게 되면서 컨베이어 벨트 밖으로 튕겨 나간다. 이처럼 더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탈진 상태에 빠져들게 하는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저자가 건네는 유일하지만 확실한 위로는 인간은 태초부터 지쳐 있을 수밖에 없던 존재라는 것. 지금 느끼는 감정의 이름이 무엇이든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며 사실은 모두가 지치고 불안한 영혼들이라는 것, 하지만 누구나 다시금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 이 책 속 표현대로라면 (긍정적인 의미로) ‘인간은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당장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커피와 설탕, 알코올과 쇼핑, 범람하는 도파민은 그 무엇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이 책은 불안이 습관이 된 번아웃 중독자들, 지쳤지만 쉬이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 일의 중력에 짓눌린 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을 돕기 위해 쓰였다. 피로의 역사이자 동시에 회복의 역사를 다룸으로써 온전한 휴식과 안식년이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이 책은 생기를 잃어가고 있는 당신에게, 언제든 종이 주치의가 되어줄 것이다.” _최재훈
“번아웃을 주제로 한 유발 하라리의 책을 읽는 듯했다.” _한창수
책 속에 등장하는 시대를 넘나드는 저명한 작가, 학자, 사상가들은 앞다투어 본인의 영혼이 바닥까지 소진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현재’보다 비교적 덜 피로했던 ‘과거’의 한때를 향수에 젖어 돌아본다. 저자는 역사 속 석학들과 현존하는 학자들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탈진이라는 증상을 파헤친다. 중세 시대 무기력에 빠져 신앙심을 잃어가는 수도사들, 르네상스 시대의 연금술사가 끝끝내 만들고 싶어 했던 전설의 피로 회복제, 외부의 자극을 지나치게 크게 받아들이는 신경증 환자의 사례 등을 소개하며 인간 내면의 소진 상태를 섬세하게 살펴본다.
동시에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갔던 『신곡』 속 단테의 여정,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던 가엾은 유령 노동자 바틀비의 이야기, 최소한의 ‘인생 비용’만을 노동으로 구하고 홀로 숲속으로 들어가 버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번아웃과의 공존법, 피로와 함께 생활을 꾸려가는 방법도 알려주고자 한다. 나아가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에게서 인생의 고난과 고통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혜안을 빌려와, 기진맥진해진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더 나은 상태로 도약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는 현명한 에피소드와 함께 창의적인 조언들이 가득한 이 책을 저자는 순서대로 읽는 것보다 가장 끌리는, 동시에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키워드부터 읽을 것을 권한다. 이 책은 선인들의 지혜를 빌려 인간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학구적인 인문서이자, 이미 지쳐 있는 독자들이 탈진이라는 잿더미 속에서 일어나 다시금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실질적인 조언을 함께 담고 있다. 심리학, 철학, 사회학적 연구에 바탕을 뒀으나 여기서 발견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원칙들을 제안하고 있어 자기계발서의 색채도 동시에 띠고 있다. 스스로가 완전히 바닥난 것처럼 무기력하다면,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불안하고 불안에 떨다 또다시 피곤해지는 탈진의 연결고리에 갇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내면의 피로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것이 숨 가쁘게 변화하는 불확실의 시대, 이제는 지나친 다정함으로 자신을 돌봐야 할 때”이기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