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를 쓰는 일도, 동시를 읽는 일도 다 신나는 ‘보물찾기’
이병승 시인은 ‘동심’이라는 특수한 렌즈를 끼운 ‘마법 안경’으로 아이들의 일상과 생각을 절묘하게 포착하고 있다. 동시 쓰는 일도, 동시를 읽는 일도 다 즐겁고 신나는 보물찾기와 같다고 생각하는 시인은 우리가 무심코 하는 소소한 행동들에 숨어 있는 표정과 의미를 찾아내는 데 탁월하다. 숲속 나무 그늘(「숲 속 마을 비밀 은행」)에서, 골목길의 길고양이 눈동자(「고양이 기사」) 속에서, 아파트 비상 계단(「15층 아파트 계단 내려가기」)에서, 방 안을 기웃거리는 노란 햇빛(「네모난 햇빛」) 속에서 숨겨진 새로운 세상을 찾아내고는 ‘모두 다/헬리콥터 되어’ 신나게 하늘로 날아오른다(「헬리콥터」).
또한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아이들의 마음을 낱낱이 들여다 본다. 아이들은 아빠가 희귀병에 걸린 친구에게 어떤 말로 위로해 줄지 몰라 손을 꼭 잡고 함께 아파하기도 하고(「위로」), 여자애들이 물어보는 말에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그저 예쁘다고만 거짓말하고(「어려운 대답」), 울고 싶은 내 마음을 개미나 파리에게라도 혹시 들킬까 봐 걱정하기도(「비밀 일기장」) 한다. 마치 아이들의 비밀 일기장을 엿보기라도 한 듯 생생하게 그려 낸 동시를 읽으며 공감하다가,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아이들의 마음에 때로는 눈물이 찔끔 비어져 나오기도 한다.
이밖에도 세상에서 제일가는 개구쟁이 오빠와 그 오빠를 졸졸 따라다니는 여동생 간의 정겨운 모습을 그린 「15층 아파트 계단 내려가기」, 도시 길고양이들의 험난한 생존의 비밀을 유쾌하게 표현한 「가로등 불빛 아래」, 지구를 화자로 내세워 오늘날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환경오염을 절절하게 고발한 「지구의 일기」 등 시인의 섬세한 관찰력에 뛰어난 상상력이 결합된 다채로운 동시들은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함께 선사하는 ‘동시 종합선물세트’로 다가갈 것이다. ‘마법 안경’을 쓴 시인과 함께 모두모두 신나는 보물찾기를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