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감정이 앞서 무심코 내뱉는 말이 늘어날 때 꼭 필요한 책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를 앞둔 만큼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치매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고 정책과 제도도 많아지고 있지만, 막상 치매 환자와 마주하고 직접 보살피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당황스러운 말과 행동을 하고 감정적으로 구는 환자 앞에 서면 자신도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 치매로 인한 증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언성을 높이기 일쑤고, 부글부글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나를 돌봐주던 부모님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아 불안하고 안타깝기만 한 마음.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함께 살아가기 위한 말』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나온 책이다. 40년 이상 노년 심리를 연구한 저자 사토 신이치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알려주는 ‘치매 환자에게 해야 할 말’ 30가지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 사이에서 자주 나누는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의심-경도-중등도-중증 증상별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치매 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증상을 이해하면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처법을 배울 수 있다.
의심 단계 - “달력에 메모해둘게요”
의심 단계는 가벼운 건망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같은 것을 여러 번 묻거나 가전제품을 잘 다루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이럴 때 가장 큰 변화를 느끼는 것은 본인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보호자들이 해야 하는 일은 본인을 안심시키는 것이다. 부추기는 듯한 표현을 조심하고, 같은 걸 여러 번 묻는다면 “달력에 메모해둘게요”라고 말하며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외에도 책에서는 의심 단계에서 쓸 수 있는 문장 6가지를 더 소개한다.
경도 단계 - “더러워졌으니까 한 번 빨까요?”
경도 단계는 건망증을 넘어 직전에 일어난 일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또한 우울증이나 무기력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본인은 기온에 맞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하고 밥을 안 먹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무언가를 제안할 때 이유를 알기 쉽게 잘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다면 “더러워졌으니까 한 번 빨까요?”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책에서는 경도 단계에서 쓸 수 있는 문장 8가지를 더 소개한다.
중등도 단계 - “oo씨는 건강해요?”
중등도 단계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겨 주위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진다. 망상, 배회, 환각, 폭력, 폭언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부정하지 말고 호응하고, 맞장구를 쳐 환자가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를 지어내더라도 본인에게는 진실이기 때문에 “oo씨는 건강해요?”라고 묻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책에서는 중등도 단계에서 쓸 수 있는 문장 11가지를 더 소개한다.
중증 단계 - “당신의 딸 oo이에요”
중증 단계는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진다. 가족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기억 장애가 심해지고, 운동 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져 돌봄에 체력적인 한계가 느껴질 수 있다.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먹으려 할 때는 다른 음식을 건네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때는 “당신의 딸 oo이에요”라고 먼저 이름을 말하며 소통한다. 또한 돌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책에서는 중증 단계에서 쓸 수 있는 문장 3가지를 더 소개한다.
따뜻한 마음을 지키고
서로를 돌보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
‘치매 환자에게 해야 할 말’을 보다 보면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환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하는지, 돌보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주로 화를 내게 되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진가가 이것이다. 어쩌면 단순해보이는 추천 문장들이지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자신만의 방법을 떠올리게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똑같이 따라 하지 않더라도 돌봄과 통제의 차이를 구분하기 위해, 치매환자 특유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 어쩌면 돌봄의 언어는 자연스럽게 나올지도 모른다. 그전까지 아직은 순간순간 바로 떠올리기 힘든 대처법들을 이 책과 함께 하나씩 연습하다보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돌봄 방법을 창조해내는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돌봄의 시간 동안, 이 책을 활용하고 또 느낀 점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서로를 지키기를, 이 책은 가장 바라고 있다. 이 글에 공감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충분히 돌봄 과정을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 그 마음이 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지키며 단단한 관계를 실제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함께 살아가기 위한 말’을 담은 이 책이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