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느린 아이, 천천히 생각하는 아이, 자기중심적인 아이……
모두가 힘껏 성장하는 특별한 국어 수업!
모두 당연한 능력이라 생각하지만, 인간으로서의 성장과 배움에 기본이 되는 기술이 있다. 바로 말하기, 읽기, 쓰기다. 흔히 국어 교육의 중심축으로 생각하는 영역이지만, 이 능력은 모든 교과와 학문, 세계로 가는 문인 동시에 사람다움을 이루는 과정 그 자체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1학년 열두 달 이야기』 저자이자 25년 차 경력 교사 한희정 선생님의 신간 『느린 학습자와 함께하는 국어 수업』은 바로 말하기와 그리기, 그리고 읽기에서 쓰기로 넘어가는 중요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을 다룬다. 이 책은 다양한 문해력 수준의 아이들이 공존하는 교실에서 겪었던 오랜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다.
저자 역시 가르칠수록, 공부할수록 이 시기가 아이들에게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이 과정에서 비고츠키라는 걸출한 심리학자의 안내에서 영감을 얻고 여러 교육심리학자의 이론에서 힘을 얻었다. 그러면서 말하기, 읽기, 쓰기에 대한 관성적인 가르침에서 더 나아가 교육의 구조와 과정을 지켜보는 새로운 관점을 확고하게 쌓았다. 바로 ‘발달과 맥락에 대한 이해’ 덕분이다.
이 책은 이론적 바탕 위에서 다양한 아이들이 공존하는 교실에서 아이의 수준과 상황에 맞게 가르치는 구체적인 방법과 관점을 제시한다. 생각과 말은 지적 기능의 비약적 발달 계기다. 말과 글, 읽기와 쓰기, 표현하기와 소통하기. 인간이기에 우리만이 갖춘 이 특별한 능력을 제대로 키워주는 곳. 바로 1학년 교실이다. 그 특별한 교실로 모든 교사를 초대한다.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신기한 말하기, 읽기, 쓰기의 세계, 그 안에서 세상의 맥락을 파악하고 문해력의 힘을 갖춰 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큰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외계인’ 같은 초등 1학년과 어떻게 함께할까?
느린 학습자의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은?
쓰기의 비밀을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
“생각해 보니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일기를 쓰라고 하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쓸 말이 없다고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너는 글자도 읽고 쓸 줄 아는데 왜 글을 못 쓰느냐고 난 타박만 했지요. 그런데 선생님 수업을 들어보니까 후회되네요. 그릇 만들기를 하고 느낀 점을 돌아가면서 말하고 그걸 바탕으로 각자 글쓰기를 하게 하고 모르는 글자는 낱말 수첩을 주면서 쓸 수 있게 도와주는 걸 지켜봤는데, 내가 선생인데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몰랐구나, 하고요. 그때의 우리 아들한테 참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책의 마지막 단락에 나온 한 교사이자 학부모의 고백이다. 말하기와 쓰기, 읽기의 배움은 일견 지루하고 지극히 쉬워 보인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인지과학과 교육학, 심리학의 영역임을 실감하게 된다. 언어 발달은 신체, 인지, 정서 발달과 연결되어 있고, 인격 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말하기에서 쓰기로 넘어가는 것은 사실 커다란 도약이다. ‘외계인 같은 초등 1학년’ 교실은 첫 발걸음이기에 더 특별하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느린 학습자’와 함께하는 실천과 배움을 말한다. 현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먼저 저자는 이 아이들이 왜 느린 학습자인지도 인지발달 관점에서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제안한다. 몇몇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엇보다 아이의 생각 회로와 상황을 봐야 한다. 혼잣말하기에 몰두하거나, 주변 상황에 상관없이 행동하고 교실에서 훼방을 놓거나 고집을 부리는 아이가 있다면, ‘성격이 이상하다’, ‘인성이 문제다’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왜 저런 말이나 행동이 형성되었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는 제안이다. 대체로 아이가 주변의 맥락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라는 교사가 인지할 필요가 있다. 수업이나 놀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인지나, 상대의 반응이 이럴 것이라는 판단 등 아이의 전반적 이해 능력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라는 걸 먼저 알고 아이에게도 그런 ‘맥락’을 알려 줘야 한다. 과거와 달리 이런 학생의 비율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타자의 시선’ 이해하기, 나와 주변의 맥락 이해하기, 그에 맞춰 행동하고 말하기, 이를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 이런 발달이 아이들에게 일어나면 읽기와 쓰기의 폭발도 생겨나고, 동시에 사회적 존재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친다. 이 모든 것이 ‘교실’에서 일어난다.
1학년 담임을 맡는 교사나 학부모 역시 이런 1학년의 중요성을 알기에 긴장한다. 1년간 제각기 다른 수준의 아이들과 말하기와 쓰기, 읽기의 산맥을 모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교사는 단계마다 각기 다른 아이들을 다르게 배려하면서 넘어가야 한다. 이를 위한 읽기와 쓰기, 문해력 성장의 주제가 책 구성에도 반영되었다. 1부 ‘같지만 다른 교실’에서는 말을 배운다는 것(1장), 몸짓, 그리기, 그리고 쓰기(2장), ‘일곱 살의 위기와 쓰기의 역동’(3장)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그저 주의가 산만하고 어려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주변 상황, 다른 사람, 다른 생각이나 의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이다. 이를 교사가 알고, 이런 ‘맥락’에 대한 이해를 아이들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배움에서의 전환점임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과정, 아이들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구조 자체가 달라진다.
2부 ‘모두가 말하는 교실’에서는 말을 그려 보기(4장), 말을 써 보기(5장), 내 이야기해 보기(6장),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읽어 보기(7장) 등을 시도한다. 말하기와 쓰기를 가르치지만 실제로는 주변 세계와 사람에 대한 이해라는 중요한 발달 과정임을 실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3부 ‘모두가 말하며 쓰는 교실’에서는 글자를 몰라도 쓰기(8장), 사진과 그림을 보고 글쓰기(9, 10장), 내 경험 쓰기(11장), 말하기에서 쓰기로 넘어가는 이행기(12장)가 그려진다. 쓰기와 표현하기를 통해 아이들은 성큼 자라난다. 과정 자체가 목적인 셈이다. 배움이 성장이요, 성장하며 새로운 배움을 준비한다. 새로운 이론과 방법론, 관점은 교사에게도 새로운 의욕을 불어넣는다. 교사가 아이들의 쓰기와 읽기 폭발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보람 자체가 교사의 성장을 불러온다.
문해력 달력, 다양한 사례 상담, 읽기와 쓰기 Q&A
주제별 도표와 다양한 수업 구성안, 아이들 발표 예시 등 풍부한 관련 자료
이 책에는 다양한 도움 자료가 풍부하게 수록되었다. 초등 1학년 국어 수업을 위해 1년 12개월을 가늠한 ‘문해력 달력’도 제시한다. 해당 월마다 중점을 두고 꼭 해야 하거나 집중할 계획 목록을 소개하고 있어, 처음 수업을 하는 교사들에게도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3월은 매일 하는 말에서 소릿값 찾기, 4월은 자음과 모음으로 글자 만들기, 5월은 글자를 모아 낱말 만들기 등으로 단계별 계획을 소개한다. 또한 본문 전체에 걸쳐 교육학 이론을 든든히 받쳐 주는 주제별 도표, 차시별 수업 구성안, 아이들 글쓰기 공책 등 실제 사례가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어 수업 준비에도 큰 도움을 준다. 장마다 뒤쪽에 관련 주제로 Q&A나 교사의 팁이 구성되어 있어,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어떻게 하나요?” 등 현장의 고민과 목소리를 상세하게 담았다.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수업은 그저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어려움을 읽고 그것에 맞는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기 성장을 스스로 확인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교사의 힘이자 성장이 될 것이다.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문해력 수업은 바로 세계에 대한 수업이다. 이 책은 단단하고 충실한 읽기와 쓰기 안내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