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깡패와 학생운동가의 극적인 갈등과 사랑
만남과 엇갈림 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질까
미로처럼 얽힌 서울 청계천의 판잣집, 속칭 ‘하꼬방’ 사이에서 마주친 두 남녀가 있다. 어릴 적부터 구걸로 입에 풀칠하다 주먹질로 먹고살게 된 깡패 이한이는 시비에 휘말려 배에 칼을 맞는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이를 구한 것은 묘한 매력의 국숫집 종업원 백도야. 그때부터 한이는 도야를 볼 때마다 자신이 어딘지 고장 난 것처럼 느껴진다.
백도야도 한이를 만난 뒤로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상종 못 할 깡패가 왜 그리 생각나는지. 자꾸 마주칠 때마다 왜 가슴이 두근대는지, 얼굴에 홍조가 오르는지 모를 일이다.
도야와 한이를 가까워지게 하는 것은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그림자다. 남대문시장에 도사리며 민중의 고혈을 빼먹는 시정잡배, 학생운동가를 폭력으로 탄압하는 정치깡패, 이들을 앞세워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유당과 기득권자들까지. 이들 사이에서 도야와 한이는 크고 작은 위기를 넘어 서로를 도우며 복사꽃 언덕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봄이 되면 복사꽃이 필 언덕에 함께 다시 오자고.
그러다 도야에게 잘 보이려 깡패짓 대신 ‘빨갱이를 때려잡는’ 떳떳한 나랏일에 손을 댄 한이. 그리고 학생운동의 한복판 서 있던 도야는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서로 엇갈린다.
아무리 시린 겨울에도 끝이 있고, 결국 봄이 오는 법
시대의 그늘을 사랑으로 감싸 안는 역사 로맨스
세계로 뻗어 나갈 K-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하기 위해서 쌤앤파커스와 리디북스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K-스토리 공모전’. 이번 제3회 공모전 드라마 부문 최우수작인 《새벽의 복사꽃》은 굴곡진 한국 현대사에서도 유독 소외된 해방 직후를 조명하면서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를 자연스레 녹여낸 작품이다. 흠결 없는 서사와 수려한 문장, 철저히 고증한 시대 묘사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 지나가고 ‘민주정권’이 들어섰지만, 민중은 여전히 가난과 수탈에 신음하고 있었던 1957년. 청춘남녀의 사랑이 무슨 상관이냐는 듯 구르는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저도 모르게 정치깡패가 된 이한이와 학생 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던 백도야는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언젠가 찾아올 밝은 ‘새벽’에, 우리는 함께 ‘복사꽃 언덕’에 오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