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자 최정우가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써 내려간
예술과 인문학의 총체이자 일기의 새로운 시도
철학자, 작곡가, 비평가, 번역자, 미학자인 최정우의 첫 에세이『세계-사이』는 일상에서 찾은 예술적 영감과 사유 들을 엮은 예술과 인문학의 총체이자 일기의 새로운 시도이다. “찢어진 예술, 흩어진 문학, 남겨진 사유”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철학, 미학, 비평, 번역, 회화, 문학,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 대한 미적 감식안과,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외부자로서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냉철한 철학적 사유를 함께 담고 있다.
정교하고 치밀하며 음악적인 문체로 정평이 나 있는 최정우는 프랑스와 한국에서, 직업적으로는 프랑스 대학에 소속되어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외국인 노동자 교수로서, 또 두 나라를 오가며 여러 언어들로 글쓰기와 작곡, 연주와 공연 일정을 이어 가는 소속 없는 독립 예술가로서 자신만의 예술 작업을 해오고 있다. 예술의 최전방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과 소통을 이어온 최정우의 스펙트럼은 이 책에서, 멀리는 스피노자, 미셸 푸코, 아감벤, 레비-스트로스, 제프 백, 데이비드 린치, 가까이에는 황현산, 나희덕, 김소연에 이르며, 특히 자크 랑시에르, 이브 미쇼와의 일화는 독자들에게 뜻 깊은 읽기의 경험이 될 것이다.
최정우의 세계는 사이로 존재한다. 벗어남과 겹쳐짐 사이에서 그 모든 날의 순간들이 최정우만의 사유를 입고 허구와 실제를 오가는 사이들이 된다. 그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외부인이자 내부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세계의 삶과 죽음, 겹쳐지고 지워지는 것들을 예술이라는 이름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 준다. 오직 외부자로서 살아가는 내부의 삶에는 사실 외부도 없고 내부도 없음을, 또한 그렇기에 날카롭고 예민한 시선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그의 역설적 사유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세계가 갈라지며 확장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최정우의 글쓰기는 시의 껍질을 입고 음악의 리듬으로 걷고 철학자의 사유를 삼킨다. 그 여정에는 고독과 불안이 감지되지만, 그것을 스스로 쓰는 자의 책무로 여기고 하루치의 영감과 사유를 비우고 채워 나간다. 저자는 ‘그 자신이 외부인’이 되지 않으면 ‘짬통’에서 태어나 ‘짬통’을 먹고 살며 결국 ‘짬통’ 속에서 죽게 될 것이라는 전언처럼, ‘사이’의 감각을 잃어버리는 일은 ‘이질성의 냄새를 잃어버리는 것’이고 ‘안전은 죽음’이라는 각성으로 끊임없이 세계-사이로 되돌아가고자 한다. 삶의 아포리아가 여기에 있음을 모든 예술로써 발화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