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은 사람이 하는 거다
수영은 6년 전 실종된 약혼자 성훈을 기다려 왔다. 사라진 성훈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큰 힘이 되어준 성훈의 동생 영훈에게 수영은 차츰 마음이 기울어 갔다. 비 오는 어느 날, 외출준비를 마친 수영이 현관문을 열었을 때, 6년 전의 모습 그대로 성훈이 돌아왔다.
사실, 6년 전 갑작스레 쓰러졌던 수영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코마에 빠져버렸다. 성훈은 그런 수영에게 소홀했던 죄책감에 시달리다 코마 환자의 의식으로 들어가는 프로젝트 실험에 지원하여 수영과 만나게 된 거였다.
또 다른 실험에서 지선은 알츠하이머병을 앓다가 교통사고로 인해 코마 상태가 되어버린 엄마의 의식에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기억에 현재는 존재하지 않았고, 과거만 남아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지선에게 나타난 엄마가 이곳에 다시는 오지 말라고 소리쳐 깨어나게 된다.
환자 자신이 코마 상태임을 인지하는 것 같다는 말에 의료팀장은 재접속을 권유하지만, 김 교수는 이상 현상 발생을 이유로 재접속을 반대하는데, 지선은 엄마에 대한 의문 때문에 재접속을 선택한다.
성훈은 수영의 의식으로 들어가 수영과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동생 영훈과 경쟁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한편 지선은 다시 엄마를 만나지만, 엄마는 돌아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밀어낸다. 그건 의식에서만이 아니라 알츠하이머 증상이 심했을 때, 엄마가 늘 지선에게 하던 행동이었다.
실험을 마치고 돌아간 지선이 그날 이후 나타나지 않자, 연구진은 성훈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성훈은 사라진 지선의 의식이 여전히 엄마에게 머물고 있음을 알게 되고, 지선은 성훈에게 이 실험이 위험하다며 멈출 것을 요구한다.
당신의 꿈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안녕한가요?
저자는 오랜 시간 동안 혼수상태에 있다가 깨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저 가만히 잠들어 있는 것 같은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들 나름의 삶은 그 고요한 육체 안에서도 치열하게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되돌려 반복하고, 놓치고 싶지 않은 기억을 계속 붙잡고 있거나, 자신이 원하는 꿈을 마음껏 꾸고 있는 사람들.
어쩌면 코마 환자들은 깨어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사상으로 이 글을 썼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누군가에겐 코마(coma)가 콤마(comma)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