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절기 생태 교육인가?
약 3000년 전 중국 황하 지역에서 유래되었던 24절기는 우리 조상들이 농사를 짓기 위한 단순한 농사력도 생활력도 아니다. 어떤 사람은 단오날이나 칠석날 같은 세시풍습과 혼동하기도 하는데 세시풍습은 음력이며 24절기는 양력이다. 사전에서 24절기는 1년을 24개 시간으로 나눈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단순한 시간나눔 의미도 아니다. 절기(節氣)라는 한자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생명을 낳고 기르고 살리는 햇볕이라는 생명 기운(에너지)의 흐름이다.
따라서 24절기 이름은 해님에게서 나온 생명 기운인 햇볕을 1년 동안 24개의 이름으로 표현한 것이며, 해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해의 햇볕에 의해서 모든 생명이 나왔고 그 힘으로 살아가고 있어서 해는 단순한 불덩어리가 아닌 생명을 낳고 기르고 살리는 부모와 같은 ‘해님’이며, 해님에게서 나오는 햇볕은 단순한 뜨거운 기운이 아니라 생명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생명 에너지(생명 사랑)이다.
절기 즉 때를 안다는 말은 ‘철든다’라는 의미와 같다. 자연의 때를 안다는 것은 자신의 때를 아는 것과 같다. 자신의 때와 자연의 때를 알지 못하면 우리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왜냐면 자연 생명은 자연의 때에 맞게 살도록 설계되고 진화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절기를 알게 하는 일은 바로 ‘철들게 하는 일’이며 자연의 때를 통해서 자신이 살아가야 할 삶의 때를 알게 하는 일이다.
절기마다 어떤 자연 생명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어떠한 절기 현상(자연 기후 현상)이 있는지를 관찰하고 아는 것이 절기 생태 교육 전부가 아니다. 절기와 생태 관찰, 그리고 절기 놀이를 통해서 절기 의미를 알고 절기 의미에 맞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절기대로 살아가는 절기살이가 절기 생태 교육의 최종 목적이다.
절기를 잘 안다는 것 곧 ‘철든다는 것’은 절기 현상을 통해서 우리 삶의 때를 알고, 그때의 의미를 알고, 그때에 맞는 삶을 사는 것, 즉 절기살이를 하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때를 알고 때에 맞게 살아가기 위한 절기살이 생태교육 내용으로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만나보자 24절기〉 편으로 절기마다 절기 자연 생명을 만나보고, 느껴보고, 놀아보고, 이야기해 보는 내용으로 정리하였다. 놀아보기 주요 내용은 2부에 〈놀아보자 24절기〉 편으로 구성하였다.
2부 〈놀아보자 24절기〉 편에서는 매 절기 두 가지 절기 생태 놀이를 절기에 맞게 만들어 놀이를 통하여 절기(때)를 알게 하고, 놀이하고 난 뒤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면 좋을지 절기살이 이야기 나누기로 마무리하였다.
절기 놀이는 놀이 보다는 놀이를 통해 어떻게 그 절기를 이해하고 살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절기 놀이를 지도하는 교사나 교육자는 매 절기 현상과 절기 의미를 꼭 공부하고 익혀야 한다. 만약 절기 의미를 잘 모르면 절기 놀이와 생태 놀이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처한 가장 큰 문제는 기후변화 위기다. 지금처럼 인간들이 지구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 지구 평균 온도 1.5 이상 상승하면 가뭄이나 홍수 등 엄청난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급격한 생명 다양성 감소가 일어나 2040년쯤이면 거주 불능의 지구가 될지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2024년 2월 지구 평균 온도가 1.52도 상승했다고 한다. 48회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총회에서 마지노선으로 정한 1.5도가 이미 도달해버린 것이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2040년 보다 훨씬 빨리 지구의 제6멸종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기후변화는 때(절기)도 모르고 때의 흐름대로 살지 못한 결과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절기를 알고 절기대로 산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 이 책이 우리와 우리 미래세대의 작은 등불이 되기를 희망한다.
- 책을 내면서 中 유종반(초록지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