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태 아저씨가 수상하다!
“혹시 그리움은 그리움을 알아보는 걸까?”
다빈이는 망태 할아버지를 쏙 빼닮은, 낯선 아저씨의 안내로 안녕 공원에 발을 디딘다. 향긋한 장미 터널과 자그마한 동산과 오백 년 된 느티나무와 정다운 이웃들이 있고, 마음껏 뛰어다니는 도훈이가 있는 곳! 다빈이는 스케치북에 안녕 공원의 풍경을 하나하나 담으며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삼킨다. 그런데 왜 망태 아저씨는 다빈이를 안녕 공원으로 이끈 걸까? 엄마를 그리워하는 다빈이의 마음을 혹시 알아보기라도 한 걸까? 책으로 얼굴을 가린 채 멀리서 도훈이를 훔쳐보다가 장미 터널 너머로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망태 아저씨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망태 아저씨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갈 즈음, 비로소 다빈이 눈에도 망태 아저씨의 그리움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다빈이가 망태 아저씨의 그리움을 알아본 셈이다. 마치 꿈에서 그리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꿈이란 걸 알아채면 깰 것만 같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없이 서성이기만 하는 망태 아저씨의 아릿한 사연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웃끼리 만들어 가는 정겨운 울타리
“안녕 공원에서 우리는 친구이고 가족이었어!”
안녕 공원에 모인 사람들은 가족보다 끈끈한 유대로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다빈이 또한 안녕 공원에서 만난 여러 이웃들을 통해 엄마를 잃은 슬픔을 이겨 내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다빈이를 일으켜 세운 이웃들 또한 저마다 결핍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도훈이, 하나뿐인 아들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바람에 혼자서 지내는 캐나다 할머니, 능력은 있지만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는 초콜릿 언니 등 언뜻 보면 오히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이다. 캐나다 할머니는 다빈이에게 말한다. “안녕 공원이 나를 보살펴 주는 게 아닌가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단다.” 어쩌면 캐나다 할머니가, 다빈이가, 도훈이가, 우리 모두가 안녕 공원이자 안녕 공원의 보살핌을 받는 존재가 아닐까? 타인에게 보내는 관심과 지지와 응원이야말로 너와 나와 우리를 잇는 정겨운 울타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심사 위원의 말’ 중에서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예전에 가족 안에서 누리던 많은 정서적 지지와 위안을 가족에게서만 얻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정서적 불안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작품은 이웃들에게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수시로 얼굴을 볼 수 있고 생활 반경이 비슷한 이웃들끼리 지지와 위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안녕 공원이 바로 파라다이스 같은 곳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