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미술작품을 드라마 보듯 쉽게
미술작품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화려한 색감과 유려한 선, 알 듯 모를 듯한 작가의 의도, 작품의 배경까지. 작품을 이해하는 폭은 전문가의 해설을 듣기 전과 후가 너무나 다르다.
로댕은 전무후무한 업적을 쌓은 예술가다. 그런 그에게는 반짝이는 재능을 가진 클로델이란 여제자가 있었다. 둘은 격렬하게 사랑했다. 문제는 로댕이 유부남인 데다가 이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열정과 로댕에 대한 사랑 모두 뜨거웠던 클로델은 점점 미쳐갔다. 그런 중에도 그녀는 로댕의 작품에 모델로 계속 참여했다. 「고요한 사색」 역시 클로델이 모델이다. 우리는 작품에서 눈을 차분히 내리깐 여인만 보지만, 당시 그녀의 상태는 광기에 이를 직전 태풍전야 같았다. 그녀의 상태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사색’ 하는 모습을 그리고 그녀의 몸을 한 덩어리의 돌로 표현했다는 설명을 듣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샤갈의 한 편의 시와 같은 「생일」에서 가볍게 공중에 떠 있는 주인공이 이색적이다. 중력도 비율로 무시된 그림을 보며 의아하다면, 이는 샤갈이 부인이 될 벨라에 대한 너무나도 큰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와 함께하는 삶은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은 행복과 유쾌함을 준다고 느낀 샤갈의 아이 같은 순수한 표현이다. 이런 해설을 들으면 비로소 그림 속 행복한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화가가 사랑한 와인』에서는 16명 작가의 60여 개 작품을 마치 드라마 보듯 알기 쉽게 소개한다. 작가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물론 이 작품의 배경, 의미 등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친절하게 짚어준다.
미술작품과 완벽하게 페어링되는 와인 한 잔
투명한 와인잔에 우아하게 담기는 와인. 격조 높은 와인잔부터 향긋하고 쌉싸름한 냄새까지 시선을 끈다. 너무나 흥미롭지만 쉽게 다가가기 힘든 와인 역시 미술작품처럼 전문가의 해설을 듣기 전과 후가 와인을 너무나 다르다.
『화가가 사랑한 와인』의 저자는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미술을 전공했지만 와인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다. 미술과 와인에 대한 그녀의 깊은 조예는 미술작품 속에서 와인의 향을 맡을 수 있었다. 그녀를 따라 미술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반드시 하나의 와인과 마주하게 된다. 이 와인은 때로는 토양의 강렬함이, 품종의 우수함이, 색감의 아름다움이 작품과 연결고리가 된다.
어쩌면 미술품보다 더욱 생소할 수 있는 와인에 대해 그녀는 최선을 다해 설명한다. 유능한 소믈리에인 저자의 말을 믿고 따라가 보면 왜 해당 미술품을 소개하며 이 와인을 페어링했는지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또한 챕터 마지막마다 소개하는 유럽의 유명 와이너리는 와인에 대한 지식을 한층 높여줄 것이다.
『화가가 사랑한 와인』을 100% 즐기는 방법
이 책은 미술작품과 와인을 어렵게 생각하는 독자를 위해 만들었다. 미술작품도 최대한 많이 알려진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하고, 이에 맞춰 와인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이를 와인의 산지를 기준으로 묶어 구성하였다.
이 책을 읽을 때는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다. 내가 흥미로운 와인 산지를 먼저 선택해 읽어도 좋고, 작가를 선택해 먼저 읽어도 좋다. 또 와인 전문 용어가 많이 있으니, 책의 맨 뒤에 있는 ‘와인 사전’을 한번 읽고 읽는 것도 좋다.
어떤 챕터를 읽을지 정했다면 먼저 작가의 배경에 대한 것을 읽으며 해당 예술가는 어떤 사람일지 나만의 상상을 해보자. 그런 뒤 해설보다 먼저 그의 작품을 보고 어떤 의미일지 생각본 뒤 작품 설명을 읽어보자. 그다음 이 작품에는 어떤 향이 나는 와인이 어울릴지 상상해본다. 그리고 이어지는 저자의 와인 페어링 정보를 읽으며 자신의 상상과 비교해보자. 이때 어떤 와인이든 한 잔을 따라 마시며 읽는다면 금상첨화다.
이렇게 『화가가 사랑한 와인』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멀게만 느껴지던 두 단어 ‘예술’과 ‘와인’이 어느새 나만의 ‘예술’과 ‘와인’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