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를 판다고?
토끼는 제2회 줄넘기대회에서만큼은 반드시 장미꽃 우승 트로피를 받기 위해 시간이 나는 대로 줄넘기 연습에 힘을 쏟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토끼가 사는 숲속마을에 신기한 가게가 생겼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줄넘기 연습을 다 마친 토끼는 무지개 연못 앞에 있는 커다란 버섯 모양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버섯 지붕에 ‘날씨 가게’라고 쓰여 있는 게 아니겠어요. ‘날씨를 판다고?’ 토끼를 비롯한 숲속 마을 친구들은 웅성거리며 주인이 나오길 기다렸어요. 얼마 후 문이 열리며 너구리 아줌마가 등장했어요.
“이 안내문을 잘 읽어보고 들어오길 바랍니다.”
토끼는 줄넘기 연습에는 어떤 날씨가 좋을까를 떠올리며 자신의 순서가 오기를 기다렸어요.
“자, 첫 손님부터 들어오세요.”
늑대가 꼬리를 흔들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어요.
“대단해! 이런 가게가 있다니!”
“너구리 아줌마가 마법사야?”
숲속 친구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신이 났어요.
토끼도 신기하고 놀랍기는 마찬가지였죠. -본문 12쪽
◆ 줄넘기 연습에 가장 좋은 날씨는?
드디어 토끼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토끼는 나뭇잎 모양의 테이블과 빨간 버섯 의자 앞으로 다가갔어요.
“호호, 토끼야. 놀라지 말고 편하게 의자에 앉으렴.”
“네.”
의자에 앉은 토끼에게 너구리 아줌마가 연잎을 내밀었어요.
“여기 날씨 중에서 골라 볼래?” -본문 19쪽
토끼는 너구리 아줌마가 내미는 9개의 날씨를 보며 고민에 빠졌어요. 과연 어떤 날씨를 골라야 줄넘기 연습에 좋을지 쉽게 결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음, 줄넘기할 때 땀이 뻘뻘 나겠지만…… ‘쨍쨍 해님’으로 할래요. 환하고 밝아서 좋아요. 얼마죠?”
드디어 토끼는 원하는 날씨를 골랐어요.
“그러렴. ‘쨍쨍 해님’ 가격은 도토리 한 알이다.” -본문 22쪽
토끼는 자신이 원하던 ‘쨍쨍 해님’ 날씨를 골라 거미줄 줄넘기 연습을 하러 집으로 갔어요.
◆ 이번 날씨야말로 줄넘기 연습에 가장 좋은 날씨
토끼가 고른 ‘쨍쨍 해님’ 날씨는 이름 그대로 밤이 되어도 해가 지지 않고 하루 종일 해가 쨍쨍한 날씨였어요. 하루 종일 줄넘기를 할 수 있다니 이번에야말로 줄넘기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에 토끼는 행복합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잠도 못 자고 줄넘기만 한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네 맞습니다. 토끼는 금세 지쳐 버렸어요. 하는 수 없이 토끼는 다른 날씨를 골라 보기로 합니다.
“이번에는 아줌마가 어제 골라 주신 날씨 중에서 할래요.”
토끼는 ‘산들산들 산들바람’과 ‘두둥실 흰 구름’ 중에서 고민했어요.
“그러렴.”
너구리 아줌마가 다정하게 말했어요.
“‘산들산들 산들바람’으로 할래요.”
토끼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정했어요. -본문42쪽
이번에는 다시 ‘산들산들 산들 바람’이 부는 마당에서 토끼는 줄넘기 연습을 했어요. ‘산들산들 산들바람’ 덕분인지 한 번도 줄에 걸리지도 않았어요. 역시 올해 줄넘기 대회 우승은 토끼 것이 될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다시 문제가 생겼어요. 이번엔 산들바람 때문에 자꾸만 잠이 솔솔 몰려와 줄넘기 연습만 했다하면 참지 못하고 낮잠을 자버리고 말았어요. 하는 수 없이 토끼는 또 다시 줄넘기 연습에 좋은 날씨를 사러 날씨 가게를 찾았어요.
“안녕하세요, 아줌마! ‘두둥실 흰 구름’을 사려고 왔어요. 저번에 산 ‘산들산들 산들바람’은 너무 졸렸거든요.”
토끼는 너구리 아줌마에게 하소연했어요.
“그래? 네가 졸린 게 그 날씨 때문이라고? 흠.”
너구리 아줌마가 손에 턱을 괴고 말했어요.-본문 57
과연 토끼가 새로 산 ‘두둥실 흰 구름’ 날씨는 줄넘기하기에 좋은 날씨였을까요. 이쯤 되면 이제 여러분도 알 수 있겠죠. 1권에서처럼 줄넘기 줄이 너무 향이 많이 나서, 너무 달달해서, 너무 끈적끈적해서…… 여러 핑계를 대며 자신이 줄넘기를 못 하는 이유를 찾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토끼는 줄넘기 연습을 못하는 건 날씨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 모든 날씨가 특별했어!
드디어 줄넘기 대회 날이 밝았어요. 줄넘기 연습이 가장 잘 되는 날을 위해 여러 날씨를 바꾸었던 토끼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떡하지?”
토끼는 걱정 때문에 어젯밤 한숨도 못 잤어요. 어제부터 정신 차리고 연습을 시작했지만, 삼단뛰기에서 자꾸 발이 걸렸어요.
“책은 나중에 읽을걸.”
토끼는 자기 머리를 콕콕 쥐어박으며 후회했어요. 아침밥도 거른 채, 벼락치기 줄넘기 연습을 계속했어요.-본문 64쪽
그렇게 기다렸던 제2회 줄넘기대회였지만 토끼는 삼단뛰기에서 그만 발이 걸려 무대를 내려와야만 했어요. 그렇다면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과연 누가 되었을까요? 그건 바로 ‘우르르 쾅쾅 천둥 벼락’ 날씨를 사갔던 원숭이였어요. 토끼는 그런 날씨를 사가는 원숭이를 보고 바보라고 생각했었죠. 토끼가 생각한 좋은 날씨는 사실 줄넘기 연습에도 좋았지만 다른 일을 하기에도 좋은, 누구나가 다 좋아하는 그런 날씨였어요. 그래서 줄넘기 연습은 잊어버리고 정작 다른 걸 하며 시간을 다 써버렸어요.
그렇다면 원숭이가 고른 날씨들은 어땠을까요? ‘주룩주룩 장맛비’, ‘어두컴컴 먹구름’, ‘우르르 쾅쾅 천둥 벼락’ 토끼의 날씨와는 뭔가 다르죠? 네 그래요. 원숭이는 많은 사람들이 안 좋은 날씨라고 생각한 그런 날씨 속에서도 줄넘기 연습을 함으로써 어떤 상황이나 날씨를 탓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상황을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데 이용하는 재치와 용기를 보여 주었어요.
“‘주룩주룩 장맛비’ 날씨로 혹시 비가 올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연습했고, ‘어두컴컴 먹구름’ 날씨로 깜깜할 때 줄넘기 줄을 밟지 않도록 연습했고, ‘우르르 쾅쾅 천둥 벼락’ 날씨로 두려움을 이기는 법을 연습했어요. 날씨 가게의 모든 날씨가 제게는 특별했어요!”-본문 76쪽
이처럼 우리는 무슨 일이 잘 안 되거나 실패할 때면 종종 그 문제를 자신 안에서 찾기보다 다른 데서 찾으려 합니다. 줄넘기 연습이 잘 되지 않았던 건 날씨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금방 다른 일에 정신을 판 토끼처럼요. 하지만 제2회 줄넘기 대회 우승 트로피를 가져 간 원숭이는 상황이 안 좋을수록 노력을 더 많이 했어요. 마찬가지로 어린이 독자 여러분들도 뭔가 힘들고 어렵고 발전이 늦다고 느껴진다면 이때야말로 목표했던 일에 가까워졌음을 깨닫고 조금만 더 힘을 내었으면 합니다. 모쪼록 이 책을 읽고 새로운 다짐을 하고 있을 어린이 여러분들에게 힘찬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