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학교에 어떤 교장이 있으면 좋겠어요?” “완전 이상하지만 않으면 돼요.”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이 공모 교장으로 부임을 앞두고 있을 때 다른 교사들에게 물었다가 들은 답변이다. 어쩌면 우리 교육에서 교장은 그런 존재 아닐까. 너무 이상하거나 권위주의적·관료적이지 않기만 바라고, 무난하고 평범하기만 해도 괜찮은 존재. 교장은 학교에서 가장 권한도 많고 중요한 직책일 텐데, 이렇게 생각되고 있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학교교육이 처한 난맥상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상한 교장’만 아니면 된다는 걸 넘어 ‘좋은 교장’이 되기 위해 무엇을 고려하고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한 결과물이다. 교장부터 달라져야 학교교육이 변화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지난 수년간 교장으로서 직접 학교와 교육을 혁신하고, 민주적이면서 교육을 중심에 둔 학교 운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온 교장들의 경험과 지혜가 녹아 있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징검다리 교장직무가이드라인’을 소개한다. 교장의 직무를 ‘교육과정 운영 업무’, ‘행정적 업무’, ‘학교 구성원 관련 업무’, ‘대외 업무’로 분류하여, 각 직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원칙과 실천 과제, 정책 제안, 해설 및 사례를 제시했다.
2부는 교장들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들로, 가이드라인의 예시들을 좀 더 구체화한다. 교장의 일은 학교의 교육 계획을 수립하는 일, 행정 업무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일에서부터 교사들과 학생들의 어려움을 지원하는 일, 학부모들과 소통의 방법을 고민하고 민원 대응에 나서는 일, 마을의 여러 기관을 만나는 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교장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교장의 역할과 업무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좋은 교장’, ‘좋은 학교’란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된다.
이 책은 교장의 일의 보편적 원칙을 제시하면서도 여러 교장들의 개성과 교육관이 다채롭게 드러나 있다. 그 속에는 어떻게 민원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지, 공문 결재 절차를 어떻게 간소화할 수 있는지 등 즉각적으로 참고할 만한 부분도 있는 한편, 학교 시설 관리 과정에서 어떻게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할지 등 당장 풀기 어려운 숙제도 있다. 학교교육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오늘날, 이 책이 문제를 해결할 정답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교육활동이 중심이 되고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고민을 보여 줌으로써, 변화의 가능성과 실마리를 전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