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민중시의 계보를 잇는 시집!
시인 조재도가 16번째 시집 〈약자를 부탁해〉를 펴냈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말한다. “유통 기한이 다 됐는지 점점 폐기 직전으로 내몰리는 말이 있다. 조국, 민족, 통일, 고향, 계급 같은 말이 그렇다. (~) 나부터도 민중이란 말 대신 약자라는 말을 쓰고 있다. 시대의 흐름인가, 함정인가.”
여기서 ‘함정’이란 말이 뼈아프다. 함정에 빠져 그야말로 우리는 삶에서 중요한 영역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이 시집은 묻고 있는 것이다.
조재도는 시 80편을 통해 약자들의 삶의 여러 양상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중요한 세 가지, ‘평화’와 ‘원(圓)’ 그리고 ‘사실’을 말한다. 평화는 중립을 통해, 원은 성숙한 인간이 가져야 할 자기 세계의 범주, 그리고 세상의 허위와 위선을 덜어낸 사실을 바탕으로 세상을 볼 것을 주문한다.
그의 시는 약자들의 처지에 대한 객관적 묘사와 재현의 차원을 넘어 능동적인 반성과 자각 실천의 차원에까지 끌어올린다. 자의식에 갇혀 자기 방언과 같은 의미 모호한 시들이 횡횡하는 시대에 그의 시집은 찬란했던 시의 시대인 80년대 민중시의 계보를 잇는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