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족민중문학 작가 고(故)방영웅의 1967년 데뷔 장편소설 『분례기』 소설은 27년 만에 아카이브시리즈로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분례기는 1967년에 『창작과 비평』(여름호~겨울호) 3회에 걸쳐 연재된 후, 1968년 홍익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 마지막 1997년 친정인 창비에서 재출간 후 절판되었다. 현재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된 잊혀지고 사라진 소설이 되었다.
소설 『분례기』는 1940~50년대의 토속적 정서를 지닌 중·하류층 계급의 평범한 인간상을 담았다.
가난한 농촌 현실과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삶과 아픔을 과장하거나 미화시키지 않고 생동감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한국 농촌의 전근대적 풍속, 생활양식, 전설, 속담등이 소설 속에서 다채롭게 활용되었고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토속적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똥 위에서 태어났다고 똥례라고 불리는 분례의 이름처럼 가난하고 천한 인간들이 비천하면서도 비천한 조차 깨닫지 못한채 운명에 맡겨 체념적 삶을 살아가는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더는 잊혀지면 안 될 중요한 소설이다.
1967년 『분례기』 소설이 연재되었을 당시 신생 계간지인 『창작과 비평』 이 매진 사태로 이어질 정도로 문단에서 떠들썩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장기간 베스트셀러로 영화, 드라마,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 이순재, 윤정희 주연의 『분례기』 는 1971년 제10회 대종상에서 12개 부분 수상받았다. 1970년대 유신 시절 ‘교양’마저 체제 유지 및 이데올로기로 구축되었던 시절, 토속적이고 휴머니즘적이며 농촌의 삶이 지나치고 가난하고 원시적으로 표현되었다는 이유로 시상식 당일 작품상이 취소되는 사태까지 있었다. 또한, 1992년 SBS 창설 기념 특집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며, 배우 신영진, 윤여정, 윤문식, 양금석 등이 출연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이음출판콘텐츠는 출판 시장이 축소되고 있음에도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문학의 가치를 독자에게 전달하겠다는 사명으로 사라지고 잊혀진 우리의 문학을 발굴해 새롭게 소개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우리의 유산인 가치 있는 문학을 기록물로써 복원시키는 아카이브시리즈를 기획한다. 시리즈의 1권은 2022년 8월 타계하신 고(故)방영웅 작가의 소설 『분례기』이다.
『분례기』는 소설은 기록물로서 남겨질 큰 가치 있는 소설이다.
독특한 문체측면에서의 관점, 지역어 재연 관점, 민속학적 관점 , 정신분석학적(무의식) 관점, 폭력론적 관점등 다양한 관점에서 읽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복간된 개정판에서는 문학적 가치를 높인 기록물로서의 출간에 의미를 두어 현행 맞춤법 및 표준에 등이 맞지 않더라도 문학적 범주에 있다고 할 만한 표현을 그대로 두었다. 명백한 오자 또는 오류라고 판단되는 것만 바로 잡았다.
『작품해설』
방민호 평론가
그 똥례라는 한 시골여자의 이야기 속에 당대 농촌사회 속에 유지되고 있던 남존여비 의식 및 순결과 정조에의 강조라는 인습의 힘이 극히 자연스럽게 용해됨으로써 읽는이로 하여금 소름끼치는 간접체험을 맛보게 한다는 점에 이 작품의 참다운 가치가 있다. 이처럼 말하지 않으면서도 말하고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드러내는 우리의 소설적 전통을 형성하는 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분례기』는 현재의 우리 소설이 의식하지 않으면 안되는 중요한 작품의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