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농구 다큐 〈라스트 댄스〉를 본 농구팬이라면, 이제 여러분이 봐야할 스토리
"가끔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대한민국 제1호 스킬 트레이너는 할아버지였을지도 모른다고요" (김현중)
"제가 농구를 한 번 그만둔다고 했었는데 그때 당시에 저를 사춘기 시절에 다잡아 주셨던 정말 지금의 제가 있게 만든 분이죠. 전규삼 할아버지가 개인기와 기본기를 충실히 가르쳐준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항상 제 옆에서 지켜보고 계실 거에요. 저를 있게 해 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김승현)
〈오른손을 묶어라〉는 유희형, 김동광, 이충희, 김승현, 신기성, 김현중 등 한국 농구사에 내로라 하는 슈퍼 가드들을 키워낸 고(故) 전규삼 농구 코치의 삶과 활동을 담은 전기논픽션입니다. 운동이 전쟁이던 시절, ‘이기는’ 농구가 아닌 ‘즐기는 농구’를 가르치며 창의적인 가드들을 양성했던 그의 리더십을 돌아봅니다.
‘송도 농구의 상징’으로 불리는 전규삼 코치는 기본기와 동시에 창의성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특별한 지도 방식은 2010년 이후에야 한국에 불어닥친 스킬 트레이닝의 시초가 아닐까요? 〈오른손을 묶어라〉는 눈앞의 성적보다 기본기와 창의성 강화에 힘썼던 전규삼 코치의 농구 철학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농구는 잘 몰라도 혁신가의 노하우가 궁금하다면 읽어야할 스토리
“체벌을 가하면 당장은 고친다. 그렇지만 일주일 있으면 또 못 한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또 때리면 면역력이 생겨 1대가 10대가 된다. 스스로 느끼면 창조적인 플레이가 나온다. 시간이 걸리지만, 자기 것이 되면 영원히 이어진다” (전규삼)
“좋은 학벌과 해박한 지식, 높은 철학, 성실하신 자세 등을 지니셨기에 다른 사람들처럼 세상적인 영광의 길을 추구하셨더라면 더 화려한 위치에 서실 수도 있었던 선생님. 그러나 때로는 무보수로, 때로는 임시직으로의 척박한 가시밭길을 걸으시면서도 오로지 농구 지도자로 만족하셨던 고마우신 선생님, 우리는 선생님이 가장 위대하게 보입니다.” - 故전규삼 추모사 중
창의적인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한국 문화. 스포츠에 한정된 이야기일까요? 개인의 창의성을 억누르는 한국의 권위주의 문화는 지나간 과거일까요? 빙상계 가혹행위 사건이 드러난 것이 불과 얼마 전입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 속에서 승패보다는 기본기를, 당장의 전술 암기보다 창의적 플레이를 강조했던 ‘진짜 리더’ 전규삼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여전히 한국에 필요한 스포츠맨십을 되새겨 봅니다. 어쩌면 그는 한국판 "코치카터"일지 모릅니다. 농구만큼 흑인 학생들의 인성과 학습, 미래를 우선시했던 미국의 농구코치 코치카터 말입니다.
“나는 이 선수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법을 가르치고 싶습니다.”(영화 〈코치 카터〉 중에서)
70년대 미국 리치몬드 고교 농구팀 감독 켄 카터가 랭킹 최하위 농구팀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실화소재 영화 〈코치 카터〉의 대사입니다. 카터 코치는 기본 성적이 미달한 선수는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인성도 중요시했습니다. 스포츠 지도자의 철학과 시스템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오른손을 묶어라〉는 "한국판 코치 카터"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방식은 가능하다’는 묵직한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