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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나의 슬픈 간이역

르완다, 나의 슬픈 간이역

  • 허효순
  • |
  • 문학의전당
  • |
  • 2024-08-16 출간
  • |
  • 132페이지
  • |
  • 148 X 210mm
  • |
  • ISBN 9791158966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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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 해설 엿보기

“매 순간 인간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곧 흔히 말해지는 그 어떤 시선, 즉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과 그것들 가운데 처한 자신의 상황과 고찰이다. 그는 이 사물이 갖는 중요성과 무언의 바람을 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이는 프랑시스 퐁쥬다. 그의 말을 빌린다면 시인은 사물의 간청을 깨닫는 자이다. 시인은 사물의 이면을 끊임없이 넘보는 역동적 주체가 되어 시적 사유와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 예컨대 “공사장 구석에 뒤집혀 있는 작업화 한 짝”은 “뒤축의 힘으로 꿈을 져서 나르”거나 “고공에서 후들거리는 생활을 받”(「짝 안 맞는 한 켤레」)쳐주었던 신발이다. 고흐의 ‘신발’이 하이데거에게는 어느 농부의 고단한 발걸음이 응집된 사물로서 존재를 개방하듯, “진흙이 구겨 신은 것 같은”(「짝 안 맞는 한 켤레」) 시에서의 작업화는 세계에 살을 맞댄 삶의 고투를 드러낸다. 모기에게 물린 데가 몇 날 며칠 지독스럽게 간지러운 경험조차 시인은 자기 삶에 대입한다. 사람의 말에도 “긴 대롱이 있”어서 “상대방 심장에 주둥이를 박고/감정을 빨아들인다”란 깨달음은 결국 “내게도 열을 내다 고였던 마음이 있는지/돌아보게 된다”(「모기 물고 간 자리」)는 자기반성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그런즉 성찰과 반성은 허효순의 시에서 반복되는 형식이자 가장 본질적 형식이라 할 수 있다. 「하나 되기」에 나오는 놀이기구는 어떠한가? 그것은 “호의의 탄력으로 흔들”리며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를 희구하게 만드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유치원 복도에 동물 모양의 놀이기구들이 있다 아이가 올라타 움직일 때마다 스프링이 탄력을 받아 흔들린다 모두 벽을 향해 있어 아이나 동물이나 엉덩이만 보인다 하나같이 둥글둥글 정겹다 아이는 뒤를 탁탁 두드리면서 제 엉덩이 들었다 놓았다 하며 흐흥 즐겁다 동서양이나 아프리카 아이들이나 노는 모습이 똑같다

가만히 지켜보니 올라탄다는 건, 탈것과 몸이 서로를 받아준다는 거겠다 탈것은 무게를 배려하고 몸은 탈것의 반동에 스스로를 내맡긴다 한 번 두 번 세 번 둥글둥글 잘도 돌아간다 하나같이 잘도 돌아간다

사람과의 관계도 저처럼 원만했으면 싶다 합심을 못하고 늘 둘로 나뉜 사이라면 얼마나 흥이 없을까 오늘, 일로 만날 사람을 마음에 태우기로 한다 그가 웃으면 같이 웃고 그가 악수를 청해 오면 호의의 탄력으로 흔들어주리라
- 「하나 되기」 전문

유치원 복도에 놓인 동물 모양의 놀이기구가 탄 사람의 무게를 일방적으로 받치기만 한다고 쓴다면 「하나 되기」는 해석의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시가 되고 만다. 그러나 시에서의 놀이기구는 “탈것은 무게를 배려하고 몸은 탈것의 반동에 스스로를 내맡”기는 ‘합심’의 과정을 통과함으로써 ‘흥’으로 충만한 고양된 정서를 낳는다.
이처럼 허효순의 시에서 사물들은 적극적으로 해석된 대상들로서 화자의 삶에 대입되어 제각각의 의미를 부여받는다. “하루에도 수십 번” 비행기의 “이륙과 착륙”이 반복되는 ‘키갈리 공항’은 누군가 세상에 나오면 누군가 세상을 뜨는 “순환”을 연상시키고, 마침내 “우주는 죽음에서 삶을 내려다보는/관제탑만 같다”(「키갈리 공항을 바라보며」)라는 상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시인은 “대처에서 뻗어온 전신주 선들”이 “샛길 곁 집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에서 “전봇대는 하나에서 여러 갈래로/선들을 나누고 있는데/나는 더하거나 뺄 궁리만 했던 건 아닌지”(「새벽 세 시가 오전 열 시를」)라며 삶을 돌아본다. “잘 쓰지 않는 근육운동을 해본다고” 시작한 ‘뒷걸음질’은 앞만 보며 속도에 취한 동안의 삶을 반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시인의 일상은 자기 응시를 통한 자기 검열의 나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뒤로 걷기를 하다 말고 “미처 보지 못했던 사람들을,/미처 느낄 겨를도 없던 감정을,/미처 의식하지 않았던 나 자신을/오롯이 만나야겠다”(「뒤로 걷기」)라며 다짐하는 모습은 시인 삶의 매 순간이 각성의 숨찬 도정임을 암시한다.
- 신상조(문학평론가)

목차

제1부
태양을 이고 가는 사람 13/아, 오늘 광복절인데 14/짝 안 맞는 한 켤레 16/하나 되기 18/엎질렀어요 19/세월은 흙탕물 같아 20/뒤로 걷기 22/모기 물고 간 자리 24/집을 찾아오는 흙 26/이유가 있다면 27/제노사이드 추모관 28/주머니 30/공항 공황 32/그렇게 지구의 꿈은 계속된다 34

제2부
은데라의 저녁 37/부추꽃을 아시나요 38/무산제 가는 길 40/먼지 거인 42/환전 44/선데이 파크 결혼식에서 46/키미롱고 시장 47/냐루타라마 테니스장 48/마노 미용실 50/모토택시 52/키갈리 공항을 바라보며 54/통증 56/즐거운 전염 58/건축새 이싸안디 60

제3부
새벽 세 시가 오전 열 시를 63/그리움에는 양력(揚力)이 있다 64/근심 66/추억협착증 68/슬픔의 단위 70/너는 좋겠구나 72/추억도 향취 74/옥수수 76/오리들 78/상추 80/르완다 보름달 82/먼 안부 84/마음이 돌고 돌아 86/이제 안녕 88/어미 90

제4부
연민 93/복숭아 94/부부 96/윷놀이 98/김장김치 100/청동거울 102/통삼겹 묵은지찜 103/시베리안 허스키를 생각하며 104/오이와 할머니 106/심지(心志) 108/나비 110/종려나무에 깃들 때 112/별이 빛나는 밤 114/슬픈 간이역 116

해설 신상조(문학평론가)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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