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위에 비치는
별별 빛들의 이야기
달래네 세 아빠는 ‘아빠 삼 형제’입니다. 달래를 세상에 있게 했고 달래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진짜 아빠’인 진진아빠, 몸이 아파서 일을 못 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대부분이지만 달래를 항상 웃게 만들어 주는 진진아빠의 큰형 큰아빠, 그리고 달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살뜰하게 챙겨 주는 ‘아빠 삼 형제’의 막내, 막내아빠까지. 이제 막 이 궁금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달래라는 싹에게 꼭 필요한 존재들이지요. 서늘한 그림자에 드는 햇살처럼, 말라가던 뿌리에 드는 물줄기처럼, 축축 처진 이파리를 밀어 올려 주는 바람처럼요. 『달래와 세 아빠』는 이처럼 특별한 가족의 형태를 가진 ‘달래’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별별 가족이 품고 있을 ‘속내’를 결코 섣부르지 않게, 그러나 바로 그와 같은 사려 깊음으로 더욱 빛나는 따뜻한 재치로 그려 냅니다.
진진아빠는 엉큼성큼, 달래 자전거는 배뚝배뚝, 막내아빠는 사풋사풋, 큰아빠는 느실느실. 그렇게 아빠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걸음으로 달래 곁을 지켰어요.._본문 10쪽
경계를 넓히는 데서,
경계 없음으로 나아가는 자리
김청엽 작가는 사람들이 흔히 그리는 가족의 평범한 모습을 벗어난 달래네 이야기가 누구에게나 편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인물 한 명 한 명의 서사와 그 사이의 관계성에 반짝이는 생명력을 부여한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달래라는 아이의 마음 자리에 함께 있어 봄으로써 ‘가족’의 경계를 넓힌 독자들이, 그 경계를 지워 보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조심스레 인도하지요.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채 사회가, 혹은 스스로가 부여한 경계 안에 살던 우리는 작가의 손을 잡고 나아가 불현듯 두 눈을 씻고 다시 보게 된 세상에서, 8살짜리 친구가 엄마가 되고, 자식들을 다 키워 내보낸 머리 세 가닥뿐인 할아버지가 누군가의 새로운 가족이 되는 가능성을 봅니다. 달래가 외쳤듯 ‘오래도록 같이 있고, 따뜻한 집 같으면서,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는 언제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가족이 되어 줄 수 있음을 가슴으로 느끼면서요.
“그럼 난 진짜로 좋은 엄마를 가졌네. 칠복아, 너도 이젠 안 가난해. 복이 없었으면 어떻게 나처럼 좋은 친구를 만났겠어?”
“그러네, 나도 복이 생겼네!”
달래와 칠복이가 마주 보고 웃었어요._본문 29쪽
완벽하지 않은 우리가 함께 그려나가는
알록달록한 세상에 대한 희망
바로 그런 점에서, 『달래와 세 아빠』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새로 쓰는 동화입니다. ‘이렇고 저래야 정상적인 가족’임을 때론 폭력적일 만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던 사회 안에서, 흔히 얘기되는 정상성과 평범성 바깥에서도 이토록이나 어여쁜 가족의 모양을 그려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겐 부족함으로 여겨질 만한 한 사람의 구멍 난 부분들을 누구보다 금쪽같이 바라봐 주는 김청엽 작가의 시선 안에서 거듭나는 캐릭터들의 생명력은, 꼭 그와 같은 시선으로 정담마을 사람들을 그려낸 전다은 작가의 손길을 만나 더욱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이 뽀송뽀송한 이야기 안에서 우리는 왜인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한 희망을 갖게 됩니다. 책장을 덮을 때쯤 우리는 누구보다 여기 이 달래네 가족을, 정담마을 사람들을 힘껏 안아 주고 싶을 테고, 또 힘껏 안기고 싶을 테고, 바로 그와 같은 마음이야말로 ‘어제는 없던 것을 내일은 있게 만드는’ 씨앗이 되어 줄 테니까요. 어느 햇살 비치는 봄날 그 씨앗에서 슬며시 달래 닮은 어여쁜 새싹 하나 움틀 때, 우리는 경계 없이 열린 가족의 의미에 대해 스스럼없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해야, 내일은 서쪽에서 올래?”
동그래진 달래 얼굴이 해처럼 붉어졌어요._본문 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