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3명이 심각한 외로움 겪는 한국, 개인 책임론을 벗어난 관점과 대안이 필요하다.
“책에 수록된 글과 사진은 눈 밝은 동료들에게 보내는 생존 신호이자 집결 신호다.”
(장혜영 21대 국회의원)
“현학적 접근 대신, 몸에서 비롯된 감각으로 기록한 타인과의 동행일지다.”
(김신식 감정사회학자)
2022년 여론조사업체 PMI가 국민 5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로움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10명 중 3명(31.8%)이 심각한 외로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심리 관련 베스트셀러 저서를 집필한 미국의 심리연구가 ‘마크 맨슨’은 올 해 초 한국을 여행한 뒤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의 분석에 의하면, 한국은 개개인의 해결 노력과 회복탄력성은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한국인의 ‘외로움’의 요인은 내면이 아닌 외부에 있으며, 사회적 결과(현상)라는 방증이다. ‘외로움’이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사회적 키워드가 된 지금,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
보이는 만큼 존재한다 : 외로움은 과연 개인적인 감정일까?
세상에는 특정 주체의 외로움을 자아내는 장소가 산재한다.『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는 외로움의 원인을 개인의 내면이 아닌 사회 구조에서 찾는 관점을 보편화하기 위한 시도다. 책은 그 대표적인 장소로 ‘양로시설"을 소개한다.
이는 한국의 초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도 편견과 터부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외로움의 장소다. 주로 뉴스 사회면에 국한되어 접하게 되는 이미지로 인해, 시설 입소는 사회적 사망선고로 여겨지고 돌봄의 사각지대는 증폭될 수요에 비해 여전히 어두운 구멍으로 남아있다.
한편, ‘노년"이라는 생애 주기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어서 우리 모두는 1차로 그 보호자가, 2차로 당사자가 될 운명을 짊어진다. 때문에 ‘양로 시설’은 사회 구조적 외로움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당위성에 있어서 가장 대중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장소가 된다.
브라질에서 찾은 어떤 양로시설의 풍경
한국의 스크린에서 본 적 없는 ‘양로 시설’의 모습을 리우 데 자네이루의 양로시설 ‘베타니아’에서 찾아 제안한다. 뉴욕에서 주로 활동하는 브라질 사진 작가 카로우 셰지아크가 5년 간 자원봉사로 요가 수업을 진행하며 가까워진 입소자들의 초상 사진이다.
1.5평 남짓이지만 모두에겐 ‘자기만의 방"이 있고, 각각의 방은 냄새부터 밝기까지 그 주인의 연장선처럼 닮아 있다. 가장 자기다워지는 방 안에서 그들의 정체성과 선택권이 살아 숨쉬는 모습이다. 자세가 구부정할지언정 총명한 눈빛으로 카메라 앞에 선 그들은 기꺼이 자신의 흰 머리와 주름을 마주한다. 살아온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나다운 모습이므로.
카로우 셰지아크와 베타니아 주민들의 관계에서, 낯선 이미지를 함께 발견하고 기록한 그들의 여정에서, 사회적으로 형성된 외로움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개인의 연대를 발견한다. 때론 공론화를 기다리지 않고 해낼 수 있는 개인의 실천이 있다.
브라질에서 한국으로, 양로시설에서 그 어딘가로, 8명의 프리즘을 거쳐 확장되는 외로움
카로우 셰지아크가 기록한 ‘베타니아"의 풍경과 이야기를, 8명의 한국 작가가 개인의 관점과 경험을 담아 풀어낸다. 프랑스 지하철 광고판 앞, 대학교 중앙도서관 화장실, 산후조리원, 돌아가신 할머니가 머물던 양로원, 여행에서 만난 숙소,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이 편견까지 벗겨내는 베를린,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이 안개처럼 따라다니는 샌프란시스코 등 개인이 문득 또는 절절한 외로움을 실감하는 장소는 놀랍도록 다채롭다.
한 가지 공통점은 그들이 발견한 외로움은 모두 외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타인에게는 당연해보이는 장소가, 시스템이, 사회적 통념이 어떤 개인에게 부딪히고 세상을 재조립하는 순간의 기록이다. 8개의 이야기를 거쳐 결국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모든 외로움의 뿌리가 이어지고 얽혀 있는 발 밑의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