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하고 섬세한 감각과
마음을 연결하는 맞울림을 통과하며
시는 아름답게 살아 숨 쉰다
서문(「살아 있는 시, 살아나는 시」)에서 전공이 현대 중국 문학이기 때문에 중국의 현대시를 주로 다루게 되었을 뿐 시 자체를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 저자답게, 성민엽은 『시는 살아 있다-성민엽의 중국 시 이야기』에서 각 작품을 찬찬하고 진득하게 읽어 내려가려는 태도를 견지한다. 통사 구조, 행과 연의 배치, 어휘와 음절의 뉘앙스, 반복과 변주의 리듬, 시적 장면의 구성 등을 꼼꼼하게 짚어나가며 시의 형태를 치밀하게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시적 화자와 눈높이와 보폭을 맞추고 현실과 상상, 전통과 파격, 명료와 모호로 이루어진 시 세계를 둘러본다. 현학적인 해석과 거리를 두고 텍스트를 극진하게 살피려는 저자의 노력 덕에 독자는 낯선 외국의 문학이라는 장벽을 가뿐히 넘어 그 묘미에 한껏 빠지게 된다.
외재적 맥락에 지나치게 치우친 해석이 온전한 읽기가 될 수 없다면, 그러한 맥락을 아예 떼어놓는 해석 또한 온전한 읽기가 아닐 터. 저자는 내재적인 해석에 초점을 맞추되 필요에 따라 중국의 사회적ㆍ문화적ㆍ정치적ㆍ역사적 배경이나 시인의 일화 등을 끌어와 적절히 시의 외연을 감싸기도 한다. 작품이 취하고 있는 형식과 그에 깃든 의미가 중국 문학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에 놓일 수 있는지 점검해보고, 시인이 남긴 삶의 궤적을 톺아보며 작품마다 숨어 있는 비화를 들여다본다.
문학적 도전과 진실된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20~21세기 중국 시인들의 시편들은, 또 그 시편들의 가치를 환하게 밝혀주는 성민엽의 시 이야기는 독자의 가슴에 공명을 일으켜 서로를 가까이 끌어당기고 마음과 마음을 이어준다. “평범한 사람의 마음에도 시가 없을 수 없으니, 시인이 시를 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는 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를 읽고 마음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그 자신에게도 시인의 시가 있는 것이”(서문 「살아 있는 시, 살아나는 시」, p. 5)라는 루쉰(魯迅)의 말처럼, 독자는 두 겹의 맞울림을 거쳐 중국 현대시의 아름다운 숨결을 담뿍 느끼고, 그와 함께 호흡하며 자신만의 시를 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