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에 가까운 순수한 열정과 청춘은 끝나버렸다.
성과 하나 없이”
무산된 꿈에 관한 애틋한 이야기
선형은 대학 시절 부지런히 취업 준비에 열을 올려야 할 시기에 작곡 동아리에서 음색이 독특한 경주를 만나 밴드를 결성하면서 주류에서 신나게 엇나간다. 부모에겐 “얼굴만 떠올려도 심란”하고 한심한 백수지만, 아름다운 목소리와 노래를 위해서라면 “귀도 팔다리도 바칠 수 있”을 만큼 집념과 열정이 대단한 작곡가 지망생이다. 그러나 경주의 배신으로 밴드가 해체되어 결국 공무원 시험 합격을 목표로 살아가게 된다. 삶의 의지를 상실한 듯 꾸역꾸역 시험공부를 하던 선형에게, 요절한 민영 삼촌이 남긴 선물 ‘피니’는 꿈이 부활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피니가 꼬리를 찰박거리며 부르는 황홀한 노래는 “이리 와. 내가 좋은 걸 줄게. 나에게 와”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선형은 무자비한 식성 때문에 피니를 감당할 수 없어 가슴 아픈 이별을 겪지만, 예전에 작곡한 노래를 피니에게 가르쳐 생기를 잃은 꿈을 되살릴 기회를 얻는다.
시간이 흘러 국가직 교육행정 공무원이 된 그는 피니의 노래에 대한 기억으로 충분해 3년 동안 노래를 한 번도 듣지 않았다고 말한다. 어느 날 그의 직장인 우성리 중학교 인근 바다에 피니가 나타나 그리운 선율을 들려준다. 비록 선형이 꿈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했을지라도 그의 마음속에는 피니가 영원히 살아 움직일 것이다. 《입속 지느러미》는 위험해서 아름다운 인어이자 세이렌인 캐릭터를 통해 사회적 통념에 맞지 않는 꿈이 우리를 얼마나 깊게 매혹하는지 간파한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 시절의 꿈에서 점점 멀어지기 마련이지만, 귀소본능이 있으며 모든 것을 기억하는 피니처럼 꿈은 추억과 그리움을 매개로 우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틈틈이 알린다. 이 작품은 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간직되는 것이며 현실과 타협하더라도 결코 실패하는 것이 아님을 믿게 한다. 인어의 지느러미처럼 간질간질한 꿈을 마음 한편에 지닌 우리의 미련과 아쉬움을 달래줄 것이다.
장마에 들어선다는 주말이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하늘이 빗방울을 흩뿌렸다. 선형은 전에도 비슷한 풍경을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고요하던 포구는 곧 비명과 사이렌,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소란의 틈으로 익숙하고도 그리운 선율이 귀에 닿았다. 습기를 머금은 바람을 타고 노래가 불어왔다. 인파에서 빠져나와 검은 모래가 깔린 해변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왠지 그곳에 보고 싶은 얼굴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_본문에서
지금 가장 새로운 이야기로의 가뿐한 귀환
한겨레출판 턴(TURN) 시리즈 론칭
한겨레출판이 흡인력 있는 전개와 새로운 문제의식으로 무장한 장르 소설 시리즈를 리디와 공동 기획해 론칭한다. 다년간 전자책 플랫폼으로 구축한 장르 친화적인 노하우로 작가 발굴에 힘써온 리디와 손잡고 SF, 스릴러, 미스터리 등 다채로운 소설을 통해 문학의 경계를 초월해 무엇보다 이야기 본래의 재미와 가능성을 꿈꾸며 기획된 시리즈라 의미를 더한다.
한계 없는 이야기의 세계에서 저마다의 터닝포인트를 마주하기를 바라는 턴 시리즈는 신인의 패기로 무장한 작가부터 지금 가장 주목받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히 한 이까지 두터운 작가군을 확보했다. 《트로피컬 나이트》《칵테일, 러브, 좀비》 등을 통해 특유의 스타일로 사랑받아온 조예은 작가의 최신작 《입속 지느러미》가 ‘턴’의 포문을 연다. 이후 강민영, 설재인, 김달리, 청예 작가 등의 신작 장편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영상 문법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을 포섭하는 데 소극적이던 기존 문학의 장을 뛰어넘어 첨예한 상상력을 담아낼 이 시리즈가 침체된 출판계에 활력이 되리라 기대한다.
턴 시리즈 소개
지금 가장 새로운 이야기로의 가뿐한 귀환, 턴(TURN)은 한겨레출판과 리디가 공동 기획한 장르 소설 시리즈입니다. SF, 스릴러, 미스터리 등 다채로운 소설을 통해 이야기 본래의 재미와 가능성을 꿈꿉니다. 이야기의 불빛이 켜지면 새로운 세계에 도착합니다. 한계 없는 턴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