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라는 한 야당정치인이 대한민국에서 북한 김정은처럼 ‘민주당의 아버지’로 대접받으며 군림한 지는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았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민주당에서는 누구도 전근대적인 ‘아버지’라 부르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는 이제 민주당의 아버지이자 여의도 대통령이 됐다. 그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용납되지 않는 일극(一極)체제가 완성됐다.
좌파진영의 괴벨스라고 불리는 유시민은 느닷없이 〈그의 운명〉운운하는 책을 내놓고 베스트셀러작가였다는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한때 앙숙과도 같은 사이였던 유시민은 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선동하는 내용으로 도배를 하는 한편 이재명을 띄우는 책을 내놓았을까?
유시민의 〈그의 운명..〉을 패러디한 듯한 〈그의 운명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생각〉은 대통령 재수에 나선 이재명의 운명이 바뀔 수 있는 지, 그가 현재 받고 있는 4개 재판이라는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 꼼꼼하게 분석했다. 이재명의 2개 재판 1심 선고가 눈앞에 닥치면 이재명과 강성지지층 개딸 그리고 민주당에는 ‘현타’가 올 것이다. 방어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법리스크현실화가 닥친 것이다. 1심은 2년을 끌었더라도 대법원까지 오래 끌기는 어려워졌다.
만일 금고이상의 유죄 선고가 나온다면 이재명의 운명은 바꾸기 어렵다. 반란이나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고서는 그가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최선의 공격이 대통령 탄핵이다.
이미 그들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최서원 국정농단을 이유로 사법적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박근혜를 탄핵 소추하는 데 성공, 조기에 정권을 탈취한 달콤한 기억을 갖고 있다. 촛불은 진짜가 아니었다. 평등과 공정과 정의는 입에 발린 사탕처럼 달콤하게 느껴졌지만 그들의 5년은 엉망진창이었다.
‘졌잘싸’는 대선불복이었다. 그들은 단 하루도 대선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대선에 진 그날부터 5년을 기다릴 수는 없다더니 마침내 유시민은 ‘3년은 너무 길다‘며 대통령 탄핵에 시동을 걸었다. 탄핵에 이를 정도로 엄중한 법률과 헌법위반행위에 대해서만 탄핵할 수 있지만 막무가내다. 그의 운명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기 전에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되기 때문이다.
〈그의 운명에 대한 지극히 사소한 생각〉은 이재명의 운명을 언급하기 보다는 그가 받게 될 현타와 그가 불편해하는 안동, 그의 비선실세 정진상, 김현지, 배소현, 김혜경등에 대해 각각 하나의 장을 할애해서 분석한다. 그들의 역할이 그의 운명에도 직결돼있기 때문이다.
〈그의 운명...〉은 대표재선에 성공한 이 재명이 차기 대선에 더 다가간 것인지 그들의 탄핵시도는 성공할 수 있는 지,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여권의 분열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지도 관심사는 아니다.
그를 지지하든 그를 지지하지 않든 이 재명은 엄연한 현실이고 그도 그를 에 워싸고 있는 현실에 맞딱뜨려야 한다.
▷〈그의 운명에 대한 지극히 사소한 생 각〉의 구성
〈그의 운명...〉은 1장 그의 운명, 2장 그의 요설, 3장 칼럼 속 이재명 등으로 구성돼있다.
1장은 이재명의 운명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을 제시하면서 그가 살아오면서 저지른 수많은 범죄혐의들에 대한 묘사는 자제했다.
다만 저자는 조국의 운명이 드러나는 순간 이재명의 운명도 동시에 현타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1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재명의 고향인 안동에서 이재명이 처한 상황이다.
이재명은 안동에서 초등학교까지 졸업하고 경기도 성남으로 온가족과 함께 이주했다. 소년공이력은 성남에서 쌓았다.
저자는 이재명이 지난 대선에서 안동에서 29%의 득표율 밖에 얻지 못한 사실에 주목한다, ‘외국에서는 고향까마귀도 반갑다‘고 할 정도로 안동출신 여당후보가 대선에 출마했는데 고향사람들은 그에게 마음은커녕 표를 주지 않고 등을 돌렸다.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계열 후보가 최대 40% 득표한 적도 있을 정도로 야당지지성향이 강한 곳이 안동이다.
〈그의 운명...〉은 이재명의 고향마을을 심층취재한 증언을 토대로 그 이유를 야반도주탓이라고 지적한다.
2장 그의 요설은 유시민의 신간 〈그의 운명에 대한 지극히 사소한 생각〉에 대한 독후감이자 반박이다. 글 잘 쓰는 것으로 알려진 유시민이 어쩌다 현직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 그리고 욕지꺼리와 다름없는 잡글로 도배된 글을 엮어낸 현실이 안타깝다. ‘60이 넘으면 뇌가 썩는다‘ 던 자신의 말을 시전한 듯한 그의 책은 책을 읽다가 덮고 내던저야 할 정도로 형편없었다.
허위사실공표로 인한 명에훼손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지 이틀 만에 그 책을 출간했다는 것도 그가 얼마나 비정상적인 상태인지를 잘 드러내주는 증거다. 정치평론을 하지 않겠다거나 온갖 거짓말을 해대던 그가 앞으로도 무슨 말을 하든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으나 그가 지금껏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던 이재명을 대통령이 되어야 할 운명이라고 추켜세우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3장에서는 저자들이 칼럼과 만평을 통해 표현한 이재명이라는 한 정치인에 대한 글과 그림을 모았다. 2년 전 썼던 칼럼도 여전히 오늘의 상황과 들어맞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지난 대선이후 끝없는 진영 간 대결과 범죄자들의 생존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3장에서는 매일신문에 게재한 칼럼들을 모았다.
▷〈그의 운명...〉은 공동작업의 결과물이다.
이번 〈그의 운명에 대한 지극히 사소한 생각〉에는 칼럼니스트 서명수와 같은 매체에 만평을 게재하고 있는 김경수 화백이 공동 작업자로 참여한 것이 이채롭다. 시사만평가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화백의 만평이 〈그의 운명..〉을 다른 시사평론집들과 격을 달리하도록 만들었다.
97년부터 26년째 매일신문을 비롯, 각종 매체에 시사만평을 연재하면서 한 컷의 만평으로 우리 시대의 핵심의제들을 명쾌하게 표현해 온 그는 시대의 ‘파수꾼’이다. 진영과 정파에 치우침 없이, 진영을 오가면서 시사만평을 그려 온 그도 한때 특정진영과 특정 지역으로부터 집단린치와 다름없는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