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속 괴물이 지금 나타났다?
과학과 상상력이 더해진 21세기판 우리나라 괴물 이야기
〈곽재식의 괴물 과학 수사대〉 시리즈는 비과학의 상징인 괴물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며 사랑을 받아왔다. 앞선 1, 2권에서 괴물 사건들을 해결하며 한껏 끈끈해진 괴물 과학 수사대는 3권에서도 날카로운 관찰력과 발전된 기술을 활용하여 괴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괴물을 초자연적인 존재로 여긴 우리 조상들은 굿을 하거나 주문이 적힌 부적을 붙여 괴물을 쫓아내려 했다. 그러나 과학 지식과 첨단 장비로 무장한 괴물 과학 수사대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괴물의 정체를 쫓는다. 귀신이 나타나면 전자파 수치가 높아진다는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강력한 전자파 탐지기를 써서 괴물의 위치를 찾아내거나 은박지가 빛과 열을 반사하는 성질이 강하다는 사실을 활용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번 3권에서는 우리 고전 속 괴물들이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진화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과거 괴물과 현대 괴물의 모습을 비교해 보고, 그 괴물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이 했던 행동과 괴물 과학 수사대의 수사 과정을 비교하며 현대 과학의 발전을 오롯이 느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마세요!
알고 보면 마음 따뜻한 괴물
‘괴물’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무섭고, 험상궂은 생명체를 떠올리기 쉽다. 괴물은 겉모습처럼 정말 무섭기만 한 존재일까? 낯선 모습을 하고 있어 겁에 질리게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알고 보면 마음 따뜻한 존재들이다. 사각승선이란 말을 탄생시킨 뿔 넷 달린 양은 돌연변이의 결과일 뿐이고, 지귀는 선덕 여왕을 열렬히 짝사랑한 사랑꾼이다. 견부락 이야기 속 말하는 개들은 길 잃은 사람이나 다친 사람을 도와주는 정 많고, 정의로운 생명체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세운 ‘일반적’이라는 기준에서 조금 벗어났다는 이유로 괴물 취급하며 무조건 없애야 하는 존재로만 여겼는지도 모른다.
주인공 아영은 귀신은 무서워하지만 괴물과 관련된 일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간다. 아마도 아영은 괴물이 무조건 나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마음 따뜻한 괴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갔던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조금만 우리와 모습이 달라도 괴물 취급하며 배척했던 그동안 우리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해 준다.
진짜 괴물은 누구?
“인간은 본래 악하게 태어났고, 지구와 다른 생물에게 가장 큰 피해를 끼치는 쓰레기야. 살아 있을 가치가 전혀 없는 생물이지.”_본문 172~173쪽
이 책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귀찮음으로, 잘못된 인식으로, 끝없는 욕심으로 탄생했다. 이렇게 탄생한 괴물들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나쁜 존재라고만 보는 것이 옳을까? 그리고 이 괴물들이 이야기 속에만 존재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1권과 2권에 이어 이번에도 등장하는 악당 빨간 도깨비는 어김없이 인류의 멸망을 기원하며 테러를 자행한다. 앞에 언급한 빨간 도깨비의 삐뚤어진 생각이 아예 잘못된 생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괴물의 탄생 배경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보호하고, 모든 생물과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사람이 노력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고전 속에 잠들어 있던 것처럼 괴물은 계속 전설로만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