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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이런 고요

어때요 이런 고요

  • 조경선
  • |
  • 여우난골
  • |
  • 2024-08-08 출간
  • |
  • 135페이지
  • |
  • 124 X 198mm
  • |
  • ISBN 979119265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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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 다음은 시집에 관하여 시인과 나눈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Q] 주제와 이야기의 방향은?
[A] 도시를 벗어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담을 것도 꺼낼 것도 없는 시간이어서 있는 그대로를 쓰기로 했다. 목소리는 낮추고 내 몸을 꾹 눌러 내 주변이 펴진다면 좋겠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 마을입구에 쓰러져 썩어가는 장승을 본다. 몸은 문드러졌는데 웃음은 그대로다. 저렇게 웃음을 짓기 위해 얼마나 속을 비웠을까? 나직한 몸짓으로 기다렸을 저 나무처럼 안목을 쓰기로 했다. 많은 다짐들이 버려지고 또 생겨났다. 시골이 그렇다. 혼자서 걷는 길은 발맞춤이 필요 없지만 늘 먼 길을 시간과 맞춰 돌아간다. 의지와 몸이 따로 노는 밭농사가 그렇다. 요즘 자고 나면 풀이 자란다. 풀의 생존 방법은 제 몸을 끊어내는 일이다. 그들은 피를 흘렸고, 나는 풀물이 들었다. 그렇게 가장 먼저 내 몸에 와 있는 것부터 썼다. 내 안의 사물과도 호흡 못하면서 무슨 바깥을 쓸 것인가. 고민스러웠다. 안목을 손끝에 맡겨 보기로 했다. 나만 즐거운 글은 뒤로 밀려났다. 독자를 위한 짧은 글을 4음보로 읽기 좋게 정리했다.


[Q] 이번 시집의 특징은?
[A] 마당 의자에 사람보다 새가 먼저 와 앉는다. 빈 의자에 오래된 생각을 쓴다. 이번 시집은 〈어때요 이런 고요〉를 차분히 정리한 시집이다. 여기부터 시작이라고 마음먹고 써도 자연을 벗어나지 못했다. 고요 속에서 발견한 생활이 담긴 서정시다. 대문 앞에 장화가 졸고 있고 먹다 버린 음식을 한 곳에 놔두면 새들은 잔치집이 된다. 눈이 오면 길이 막혀 눈사람과 이야기한다. 쓸쓸한 곳 들춰낼 때 나를 제일 먼저 훔쳐보는 건 산고양이다. 그 흔한 이별도 없다. 돌아오는 발자국은 겨우 내 발자국이다. 이번 시집은 한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쓴 시집이다. 손을 많이 탄 흔적들이 쓰여 졌고, 잘난 사람 못난 사람도 흙을 짓다 흙에게 돌아간다는 걸 몸소 체험한다. 아픔마저 정갈한 곳, 대답은 허공에 걸려 외딴집이 웃고 있는 곳에서 고요를 놀이터 삼아 쓴 시집이다. 흩어져 있는 제목들이 흉터로 남아도 어쩔 수 없다. 한 줄로 줄이지 못한 말들이 아쉬울 뿐이다.


[Q] 나는 어떤 시인인가?
[A] 나무를 사랑하다 보니 목수가 되어 집을 짓다가 목수 시인이 되었다. 남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에 시를 썼다. 〈어때요 이런 고요〉는 3번째 시집이다. 나무를 다루다 보면 불가능과 가능을 쉴 새 없이 다듬는다. 하루를 살기 위해 비 오는 날을 싫어한 적도 있다. 나이를 불러놓고 가능을 태우다가 자주 넘어지기도 했다. 지금도 시를 쓰듯 나무를 앞에 놓고 대패질을 한다. 껍질을 벗겨내고 기둥을 골라낸다. 한나절의 무릎들이 쉼터에서 내뱉는 말은 모두 한결같다. “자! 시작하자”였다. 아련한 얼굴이다. 별반 다를 게 없는 시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잘라내고 한 줄을 쓰듯 먹줄을 넣는다. 집 한 채 지어져도 비수가 되어 돌아오는 문장이 많았다. 하루를 어루만져 창문을 단다. 뒤틀리고 틀어진 생각을 짜 맞춘다. 문이 편안이 열리고 편안히 닫힐 때 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나는 어떤 시인인가? 대문의 빗장을 열어 놓는다. 독자가 올 때까지.
- 「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 해설 들여다보기

“마음의 고요함으로 가는 길”

장자의 「달생(達生)」 편에는 악기를 거는 틀인 거(鐻)를 만드는 목수 이야기가 나온다. 귀신의 솜씨라고 일컬어지는 그의 기량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노나라 군주가 그에게 비법을 묻자 그는 특별한 기술은 없다고 대답한다. 그는 자신에게 비결이 있다면 나무를 깎아 거(鐻)를 만들 때는 기(氣)를 소모시키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으며 며칠에 걸쳐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작품에 기대하는 보상과 칭찬, 비난과 같은 평가에 연연하지 않게 되고 외부적 요인이 완전히 없어져 전념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런 후에야 그는 산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나무의 본래 성질을 살펴 가장 좋은 나무를 찾아낸다. 그는 나무에게서 완성된 거(鐻)를 본 후에야 작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목수는 자신의 작업을 하늘과 하늘이 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 나무 한 그루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비우고 오롯이 집중한다. 목수의 솜씨는 기술이나 지식이 아니라 마음의 고요에서 나온다. 귀신의 솜씨 같다는 그의 예술은 나무와 하나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을 완전히 비운 고요 속에서 태어난다.
이 이야기에는 예술에 관한 흥미로운 암시가 있다. 예술은 흔히 예술가 개인의 의도와 기량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내려놓은 자리, 다시 말해 개인의 의식을 초월한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완성된다. 목수가 하는 일은 그저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것뿐이다. 최상의 나무를 찾기 위해 오랫동안 마음을 비우는 목수처럼 예술가는 마음을 어지럽히는 욕망과 기대, 두려움 같은 것들이 사라져야 비로소 자신의 작품을 알아볼 수 있다. 예술가는 자신의 의지대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고요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예술과 만난다.
조경선의 시집에는 고요한 순간들이 있다. ‘어때요 이런 고요’라고 묻고 있는 듯한 시집 제목 때문만은 아니다. 진정 고요한 순간들은 ‘고요’라는 말 없이도 마음의 고요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들이다.

잊히는 목문(木門)에도
안부가 묻었는지

사람들 손 높이에 얼룩이 모여 있다

고택의 무거움일까
과거를 붙잡는 걸까

바람을 잡느라
햇살에 닳고 닳은 문

손때는 앞을 몰라 끝과 시작을 삭일 때

흔적은 끌 손잡이와
망치 자루 추궁한다

나도 모르게 붙잡는
오래된 나무 기둥

산 자와 죽은 자가 한 겹씩 옷을 벗는다

맨 처음 손을 탄 목문이
경첩을 슬쩍 당긴다
- 「손 타는 것이 좋다」 전문

조경선의 시인의 직업은 목수다. 그의 시에는 언제나 나무가 있고 자연이 있다. 그것은 인간의 삶과 분리되지 않는다. 조경선 시의 화자는 사람의 손을 타며 나이를 먹은 오래된 목문(木門)을 보고 있다. 문은 시작과 끝을 동시에 가리킨다. 목문은 인간에게 친숙한 나무다. 누구나 이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고 또 나왔을 것이다. 화자는 목문의 손때에서 바람과 햇빛에 닳아버린 시간을 읽고 시작과 끝이 삭아 있음을 본다. 목문은 “나도 모르게 붙잡는/오래된 나무 기둥”이다. 손을 탄다는 것은 “산 자와 죽은 자가 한 겹씩 옷을 벗”고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나무와 인간의 접촉이면서 시작도 끝도 없이 켜켜이 쌓인 시간과의 접촉이다. 목문이 슬쩍 경첩을 당긴다는 마지막 문장도 그 접촉과 연결의 의미를 강조한다. 목문은 공간을 연결할 뿐만 아니라 시간과 사람들 사이를 연결한다. 그런 의미에서 목문의 손때는 쇠퇴의 증거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교감과 유대의 흔적이다. 시인은 잊히는 목문에서 말 없는 ‘안부’를 발견한다.
시인은 ‘손 타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나무와 사람이 서로 친숙해져 겹쳐진 시간의 깊이가 거기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가 인상 깊은 것은 시인이 목수라서가 아니다. 「손 타는 것이 좋다」는 목수의 나무와 시인의 나무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가로서 그들은 나무를 기능이나 도구적 유용성에 가두지 않고 나무 너머의 보이지 않는 시간과 흔적을 읽어낸다. 시인은 자신도 모르게 오래된 나무 기둥을 만짐으로써 나무가 인간의 삶에 깊숙이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아는 존재이다.

아버지 삽질 낫질은 너무나 어울렸을

노목수가 놓지 못한 끌질과 대패질

연장 냄새 물씬 풍긴 단단한 질들이 모여

이리도 잘 어울릴까 많은 날을 꾸렸을

완벽하지 못해서 맛깔나게 붙였는지
- 「질이라는 말」 부분

「질이라는 말」은 조경선 시의 예술론이자 인생론처럼 읽힌다. 이 시의 화자에게 예술은 특별하지 않다. 별난 재주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아버지의 삽질 낫질은 노목수의 끌질과 대패질과 같다. 그들은 “연장 냄새 물씬” 풍길 만큼 오랜 시간 묵묵히 그 일을 반복했을 것이다. 그 “단단한 질들”이 “이리도 잘 어울릴까 많은 날을 꾸렸을” 것이다. ‘질’은 도구를 가지고 하는 일에 붙이는 접미사지만 이 시를 읽으면 꾸준하고 성실한 그 작은 일이 위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기에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묵묵한 마음의 고요함이 있다. 모든 삶과 예술의 밑바탕에는 ‘질’이라는 말이 숨어 있지 않을까. 그 자체로는 완벽하지 않아도 맛깔나게 붙여진 ‘질’이라는 말. 그렇게 아버지도 노목수도 연장과 하나가 되어 잘 어울려 사는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삶과 예술은 통한다. 대상과 잘 어울려 많은 날을 꾸린다는 점에서 그 두 가지는 동일하다.
- 김주원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목차

시인의 말

[1부] 외로움이 밥이다
눈사람·15
회전문·16
졸고 있는 장화·18
연적·20
여기부터 시작입니다·21
삽의 근거·22
타면 탈수록·24
잔칫집·26
손 타는 것이 좋다·28
어때요 이런 고요·30
깨진 얼굴·31
풀 피·32
마른세수·33
새의 이름 꺼내면·34
외발로 선 우체통·35

[2부] 슬프지 않기로 해도 거리엔 비가 내렸다
빈 의자의 오래된 생각·39
비는 곧 도착합니다·40
귀 달린 전등·41
나에게는 손잡이가 너무 많다·42
프리사이즈·43
손빨래·44
웃음 기와·46
그늘의 얼굴·48
이런 가로등·49
밥 없는 날·50
온궁 가는 길·51
거푸집·52
앵무새 귀가·54
못질·55
깡통 철학·56

[3부] 하루를 어루만져도 버려짐만 가득했다
묵밥·61
버려진 시와 기쁜 담배 한 개비·62
음성으로 전화번호 찾기·64
뚜껑의 반란·65
질이라는 말·66
스티로폼 후생·68
그 남자의 쭈꾸미·69
낙과의 성질·70
아주 소박한 다짐·72
조사 뺐어?·73
하루에 한마디 하는 여자·74
또렷한 간섭·76
국지성 호우특보·77
나에게도 착각은 필요합니다·78
책이 얼겠다·79

[4부] 표정까지 갉아먹은 낱장이 된 노랫말
종이칼·83
거울의 질문·84
우리들의 허용량·86
현재라는 공감·88
자릿값·89
기억을 걱정했다·90
흔들리는 똥·92
내일의 운세·93
시래기·94
삶은 달걀·95
새들로 꽃들로·96
나와 언덕은 자꾸 눈사람을 만들었다·97
화(火)끈·98
불가사의한 불가사리·99
참싸리·100

[5부] 여기부터 시작입니다
붓·103
웃으며 쓰러진 장승·104
물씬·105
볼 수 없는 꽃·106
흙, 흑흑·107
물과 얼음 사이·108
찔레꽃·109
쉬었다 하시지요·110
버려진 쓰레기통·111
시침들·112
대패질하는 여자·114
물꼬는 트고 오셨나요·115
양은 냄비와 콩나물국·116
수건의 감정·118
뒷짐·119


[해설] 김주원(문학평론가)
“마음의 고요함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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