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규칙과 강자들의 논리, 그리고 온갖 의무 목록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기 자신을 찾아갈 수 있는가
시인과 화가를 꿈꾸는 민재와 기윤은 세상에 저항하지 않고는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들은 자신들을 억누르는 학교 폭력과 학교의 전통과 규율,
그리고 부모님에 저항하기 위해 지하 조직 레지스탕스를 결성한다
과연 레지스탕스는 세상의 부조리와 맞서 싸워
진정한 자기 자신을 쟁취할 수 있을까
이우의 장편소설 『레지스탕스』는 현대 사회의 억압과 갈등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자기실현을 이룰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스물아홉 살의 기윤의 상황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화가로서의 큰 포부를 가지고 있지만, 전시회의 실패와 평범하게 살 것을 강요하는 아버지의 압박, 그리고 친구들의 냉대 속에서 차가운 현실을 마주한다. 삶이 이렇게 무너졌는데도 화가를 계속해야 하는 것일까, 세상의 가치에 눈 돌린 채 화가로 산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단 말인가. 삶의 궁지에 몰린 그는 문득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학창 시절 두 친구를 만난다. 첫 번째 친구는 상민으로 이른바 일진으로 불리는 무리의 우두머리이다. 그는 사회적인 성취를 중요시하는 인물로, 학교 내에서 권력을 통해 자신의 이권을 쟁취하며 물질적 성취와 각종 이권을 쟁취한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휘두른다. 동급생들의 두려움과 동경의 대상이 된 그는 기윤에게 친구가 될 것을 제안한다. 바로 같은 나이키 신발을 신었기 때문이었다. 기윤은 상민의 무리와 어울리며 비행을 시작하지만, 결국 상민의 무리에게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 과정에서 기윤은 권력의 부조리와 잔혹함을 깨닫게 된다.
반면, 민재는 모범적인 친구로 내적 성취와 자기 성찰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꾸준한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문학적인 투쟁을 통해 시인이 되기를 절실하게 꿈꾸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건 사회적인 성취보다는 내적인 성장이다. 민재는 상민과 상반되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그에게 깊은 끌림을 느낀다. 그리고 그와 친해지기 위해 같은 책을 읽기 시작한다. 책을 통해 민재외 친구가 된 기윤은 그의 신념과 철학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는다. 민재는 기윤이 상민과 그의 조직으로부터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기윤은 무력한 피해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지키고자 한다.
기윤과 민재의 저항은 경찰과 학교와 부모님까지 얽히게 된다. 마침내 상민의 무리는 학교에서 축출된다. 폭력과의 전면전에서 승리를 거둔 그들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저항해야만 한다고 결론 내린다. 그들은 이제 학교의 억압적 규율에 도전하기 위해 지하조직 레지스탕스를 창설한다. 학교의 강압적인 두발과 복장 단속, 그리고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계승되는 부조리들을 철폐시키고자 한다. 그들의 투쟁은 민재의 문학적 역량으로 마침내 그 목적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이 바뀌어도 정작 자신들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민재는 예술적 반항을 도모한다. 바로 연극 「루멘」을 통해 자신의 반항의 메시지와 자기실현의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승화시킨 의지대로 살기 위해 보란 듯이 합격한 의과대학의 진학을 포기한다. 대신 진정한 시인이 되기 위해 부모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싣기 위해 기나긴 모험을 떠나게 된다. 기윤은 그런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제자리에 남게 된다. 기윤은 예술적 반항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민재를 보고 큰 울림을 받게 된다. 민재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과연 기나긴 모험을 떠난 민재는 어떻게 됐을까, 화가라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기윤의 여정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세상에 저항하기 위해 레지스탕스가 된 기윤과 민재, 어린 두 친구의 이야기는 숭고한 삶의 의미와 진정한 자기실현에 대한 깊은 울림을 담고 있다. 이 울림은 우리가 오늘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불러일으킨다. 독자들은 치기 어린 두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의 실존적 고민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