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마음 상하지 않고, 기뻐도 방종하지 않는 삶의 모습은, 오랜 희로애락의 인생 체험을 자연과 인생에 대한 애정으로써 승화시켜 얻은 평정심으로 얻어질 것이다. 담백한 서정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평정심에서 가능한 것이기에 저자는 시 쓰는 일, 특히 민조시를 쓰는 일이 곧 삶을 다듬는 일이라고 말한다.
시인은 잡초처럼 대우받지 못하지만, 제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민초들에 대한 애정을 노래한다. 시인 자신은 한 포기 풀이 되어 밭고랑에 잠기거나, 낙엽처럼 가을비 맞아 땅 위에 누워 봄 꿈을 꾸기도 한다.
쇠비름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남 탓하거나 험담할 줄 모르고 오로지 자신의 삶에만 충실했던 사람에게 보내는 연가를 민조시의 절제된 시어로 노래하고 있으니, 읽는 이들이 공감하고 소통한다면, 민조시의 선명하고 간단명료한 시상에 사로잡혀 정서 순화 혹은 치유의 기회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자연과 인간 삶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시 전편에 나타나고 있으니 그냥 ‘연가’라고 해도 될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한다고 해서 복잡다단한 인간사를 외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진흙에 뿌리를 묻고 피어나는 연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함으로써, 진흙탕 같은 현실에서 아름답게 살 수 있는 비결을 보여주는 것이다. 힘든 일상을 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을 하려면 그만큼의 내공을 쌓아야 하는데, 그 내공의 힘을 우리는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시 한 편에서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공감과 소통의 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