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문학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그럼에도 시집을 내는 작업이 부끄럽고 교만한 것은 아닌가 스스로 고민도 많이 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그의 삶 자체가 한편의 시와 비슷하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속에서도 자연을 가까이 하며 떠올랐던 감성과 영감들은 그에게 삶의 활력소가 됐다. 그러하기에 그의 감성과 영감들을 활자화한 시구들은 구름 속에 가려졌다가 살짝 비치는 한줄기 빛살이자, 마음을 정화시키는 고해성사이기도 하다.
이순耳順을 바라보며 맞이하는 가을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세월들
가을 하늘 아래서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이제 버릴 것도 잃을 것도 없는 나이에
그 무슨 애착이 많아
한 주를 이리도 바둥거리며 사는 것일까
사랑도 욕망도 점점 말라가는 샘물처럼
쓸쓸한 가을 바람만 부는데
그럼에도 무언지 한 줌 움켜잡고 싶은
이 감정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기약 없는 나의 남은 생애는
어떻게 애절하게 마무리할 것인가
그럼에도 애착하여
이 저녁 부는 가을 바람은 쓸쓸히 가슴 속을 파고 드네
눈시울이 아린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시인이 60세를 맞이하던 때 지은 시 ‘그럼에도 애착하여’는 제목 그대로 지나온 세월에 대한 회환, 덧없는 인생무상, 그러면서도 애착을 놓지 못하는 시인의 감성이 절절히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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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좁고, 까탈스럽고, 남이 잘되는 꼴 못 보고
미워하고 시기 질투하고, 자기 잘나야 하고, 땀 흘리지 않으려는
미꾸라지처럼 사는 인생
남을 위해 베풀지 못하고, 주위를 감싸지 못하고
내 합리화하는 사람
모두 이 넓은 바다, 넘실대는 파도를 보며 배우자
낮게 살자
낮게 날자
넓게, 가슴으로
그냥 개그맨처럼
하고 싶은 말 실컷 하며, 한번 웃어보는 거예요
박학다식한 누군가 그런다면 고개만 갸우뚱 하겠지만
보편타당한 우리들에게는 재미있는 세계잖아요
우리 삶도 그냥
개그가 되면 되는데
-시 ‘개그가 되면 되는데’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재미있는 개그의 세계이므로 우리도 개그맨처럼 하고 싶은 말 실컷 하며, 크게 한번 웃어보며 살자고 제안한다. 누구보다도 치열한 삶을 살아온 기업인이기에 시인으로서 제안하는 그의 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