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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레레

미제레레

  • 최난영
  • |
  • 토마토출판사
  • |
  • 2024-08-01 출간
  • |
  • 280페이지
  • |
  • 142 X 207mm
  • |
  • ISBN 979119260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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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이상하고 혐오스러운 여자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
오독, 오독, 오도독.

영음은 깡마른 여자다. 음식을 먹을 수 없는 병에 걸린 탓에 ‘녹말 이쑤시개’와 링거로 삶을 연명하고 있다. 그렇게 된 지 벌써 10년도 넘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영음을 걸어 다니는 미라나 해골 따위로 부른다. 영음을 본 아이들은 울먹거리고, 어른들은 인상을 찌푸리기 일쑤다. 영음은 그런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익숙해져야만 했다. 매번 시선을 의식했다가는 더 버틸 수 없을 게 분명했으므로.
열여덟 무렵이었다. 불현듯 영음은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됐다. 음식을 입에 넣었다 하면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다. 목에 당구공이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고,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의사들도 고개를 내저었다. 이유 모를 병,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병. 영음은 살기 위해 등교할 때마다 물총을 챙긴다. 그 안에 희석한 꿀물을 담아 목구멍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를 수차례, 최소한의 영양분도 섭취 받지 못한 몸은 결국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영음의 가족들은 어린 영음을 데리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굿판을 연다. 사람 크기만 한 인형을 멍석 위에 놓고, 무당은 그 주변을 빙빙 돈다. 무언가에 빙의된 듯한 무당. 별안간 그의 입에서 붉고 하얀 것이 쏟아져 나온다. 굿판은 참담한 소란 속에서 끝나버린다.
그러나 영음의 부모는 포기할 수 없다. 자신의 딸이 뭔가를 먹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 되뇐다. 그들의 집념 덕분일까. 영음은 우연히 음식점 카운터에 놓인 녹말 이쑤시개를 보게 된다. 오독, 오독, 오도독. 영음의 입에서 경쾌한 소리가 새어 나온다. 마침내 ‘먹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낸 것이다.


그녀의 목구멍에 매달린 기이한 식욕,
“나는 지금 무엇이라도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영음은 녹말 이쑤시개를 씹으며 성인이 되었다. 변변찮은 월급으로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고, 모멸감에 익숙해지고자 노력하면서. 그러나 식욕은 사라지질 않는다. 음식을 보면 ‘먹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시달린다.

하지만 식욕이라는 놈이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었다. 직접 이로 음식을 잘게 부수며 맛을 음미하고 이윽고 그걸 생명과 직결된 몸속의 긴 관으로 흘려보낼 때 얻는 만족감. 바로 그 행위에 굶주려 있었다. _본문 속에서

먹는다는 것, 그게 바로 산다는 것이므로.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 본디 생물이란 그러한 존재니까. 그런데, 영음은 그럴 수 없다. 그러질 못한다. 이쑤시개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식욕이 자꾸만 넘실거린다. 그러던 어느 날, 영음은 한 남자의 죽음을 목도하게 된다.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목 안의 당구공이, 호두알만 해지고, 또 땅콩만 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영음은 무언가에 홀린 듯 남자가 이야기했던 그 생크림케이크를 주문했다. _본문 속에서

그때부터였다. 영음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생크림케이크부터 시작해서, 그간 먹고 싶었던 음식을 차례로 먹기 시작한다. 음식을 삼켜도 고통스럽지가 않다. 바로 그 사실이 영음을 행복한 사람으로 만든다. 이상하고 혐오스러운 여자가 아닌, 그저 행복한 사람으로. 그러나 예고 없이 찾아온 행운은 갑작스레 사라지기 마련이다. 영음은 또다시 먹을 수 없게 됐다.
차라리 영영 몰랐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음은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만족감과 행복감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영음은 자신의 식도를 다시 열어줄 행운의 열쇠를 찾아 헤맨다. 이후 소설은 영음의 주변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불행을 섬세하게 직조하면서 그 소용돌이의 중심을 향해 나아간다.


“그냥 아무나, 아무나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럼에도 읊조리는 한마디, 부디 가엾게 여기소서.

식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 중 하나다. 살아가기 위해선 먹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 그러니 인간이 무언가를 먹고자 하는 일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최난영 작가는 그 기본적인 욕망, ‘식욕’에서 죽음의 자리를 발견한다. 작가의 첨예한 시선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공포를 느끼고, 그건 영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영음은 그와 엇비슷한 공포를 몇십 년간 느꼈던 사람이기도 하다. 늘 제 곁을 맴돌았던 두려움과 슬픔에 시달리다가 가까스로 욕망의 끄트머리를 쥐게 된 이 여자에게,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연이어 경험한 후, 식욕은 점점 더 잔인해졌다. 어둠 속에서 그것의 이빨이 자꾸 번득였다. 그녀가 스스로를 두려워할 만큼. (…) 영음은 그 사과가 꼭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죽지 못해 죄송합니다. 먹을 수 있게 돕지 못해 죄송합니다. _본문 속에서

자신의 생을 이어가기 위해 타인의 죽음을 봐야만 한다는 것, 이는 가히 난제라 불릴 만하다. 소설은 이를 직시하며 읽는 이를 향해 서늘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어렸던 아이가 ‘침묵하는 대중’이 되길 택했던 것은 과연 잘못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사람들은 어째서 진실을 왜곡하고 가공하는 걸까. 한 사람의 불행을 그저 관람하기만 해도 괜찮을까. 『미제레레』는 오컬트의 문법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소설을 덮고 나면 “인생의 제비뽑기에서 항상 불행의 심지만”을 뽑았던 어느 여자가 머릿속에 맴돌고, 그리하여 우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가엾게 여기소서”라고 중얼거리게 될 것이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목구멍 안에 가둬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여름, 최난영 작가가 지핀 불길(不吉)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목차

1장. 방술 … 9
2장. 반두라 … 47
3장. 상아 장식 … 85
4장. 쇠망치 … 127
5장. 소주병 … 167
6장. 지상의 양식 … 199
7장. 구두 한 짝 … 227
8장. 작성자 이영음 …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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