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길이 누군가의 미래가 됩니다"
내일을 향한 불안의 시간을 건너는 특별한 노트!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2022년에 시행한 ‘초 · 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의 희망 직업 선택 기준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의사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순위에서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의사가 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이전 조사에 비해 높아졌고, 이렇게 경제적 보상을 추구하는 경향의 증가는 의대 쏠림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의대에 관한 관심은 이렇게 많은데,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얼마큼 알고 있을까? 매년 치열한 의대 입시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의대 쏠림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를 비롯한 전국 이공계 특성화 대학의 신입생 등록률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렇게 의대에 진심인 학부모와 청소년들은 과연 의사와 의사의 일에 대해서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의사, 꿈이 현실이 될 때』는 의대에 가기 위해 열심히 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대생, 더 나아가 의사들이 고민하는 여러 문제를 청소년이 미리 ‘탐색’해 보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저자는 “선과 악, 옳고 그름이 명확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의학도가 되어 보니 세상은 온통 딜레마 투성이였다.”라고 말하며 당장 2년 뒤, 흰 가운을 걸치고 환자 곁에 서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선행되어야 함을 절실히 느끼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사실 ‘어떻게’ 의대에 들어가는지 말해주는 이야기는 무궁하지만 ‘왜’ 의대에 가고 싶은지, 의사가 되어 ‘무엇’을 경험하게 되는지 알려주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성취해야 할 목표만이 아닌, 탐색해야 할 ‘삶의 가치’로 의대를 바라본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좀 더 특별하다. 하루에도 수많은 변수를 맞닥뜨리는 일상의 틈새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런 문제의식을 주변과 나누면 좋겠기에, 저자는 자신의 고민이 비단 의학도만의 고민에서 그치지 않고 모두가 함께 고민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매 페이지마다 꾹꾹 눌러 담는다, ‘무엇이 옳은지, 누구를 도와야 하는지, 삶과 죽음이란 대체 무엇인지’ 독자들이 각자의 철학을 다질 수 있도록 뜨거운 진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는 그간제대로 알지 못했던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다각도의 관점에서 펼쳐지는 철학적 질문을 통해 의대 면접(MMI: 다중미니면접) 및 논술 시험을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하나하나 되새기다 보면 독자 스스로 ‘깊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에 충분하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의과대학 버전을 읽는 느낌이다! (홍순범 서울대 의대 교수)
우리가 몰랐던 의사, 의사의 일, 의사의 딜레마에 관하여…
“수술 환자가 내 딸을 성폭행한 범죄자라면?”,
“완치 확률이 낮은 신약 정보를 환자 가족에게 제공해야 할까?”
“지역의 유일한 외과의사로 강도와 남편 중 하나만 살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성인 환자가 치료를 거부한다면?, 아기의 부모가 아기 치료를 중단해달라고 한다면?”
“만일 내가 의사라면, 이럴 때 어떠한 기준에서 ‘판단’을 해야 할까?”
“궁극적으로, 의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의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는 무엇일까?”
『의사, 꿈이 현실이 될 때』는 의료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딜레마 상황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여러 관점과 물음표를 제시한다. 열한 살 딸을 성폭행한 환자의 수술이 진행 중인 수술실에 들어가 수술을 중단하라고 집도의를 위협하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의 가족에게 완치될 확률이 극히 적은 신약 정보를 제공해야 할지를 판단해야 하는 의사, 지역의 유일한 외과의사 앞에 펼쳐진 남편과 남편을 찌른 강도 중 하나만 살려야 하는 상황, 판단력이 있는 성인 환자가 치료를 계속 거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 못하는 아기 환자의 부모가 아기의 연명 치료를 중단해달라고 한다면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이 책은 의사가 맞닥뜨리는 정치 · 사회 · 문화적 다양한 딜레마 상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의대생이 되어 의학을 공부하는 와중에 마주한 근원적 질문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Part1. 무엇이 선행인가?’에서는 도대체 선행(옳은 일)이 무엇인지에 관한 딜레마를 다뤘다. ‘Part2. 누구를 도울 것인가?’에서는 그 선행을 ‘누구에게’ 할 것인가에 관한 딜레마가 나온다. 모두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때에 따라 그것은 폭력이 될 수도 있기에 누구를 도울 것인지가 두 번째로 해야 할 고민이기 때문이다.
‘Part3.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구체적인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민거리들을 다뤘다. 멀고도 가까운 의사와 환자의 관계와 그 관계에서 의료 행위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의 고민을 공유하며 무엇이 옳은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Part4. 그래서, 결국 살릴 것인가?’에서는 삶과 죽음 사이에 선 환자 곁에서 의사가 겪는 딜레마와 의사의 역할이 무엇일지에 관한 근원적 질문으로 가닿게 된다.
“의사는 직업이 아니다. 생명을 구하는 막중한 책임이다.”
성취해야 할 목표만이 아닌, 삶의 가치로 마주한 ‘의대’라는 세계
의사의 역할이 단지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면, 모두가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모든 의사는 미션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숙명인 걸까? 하지만 저자는 ‘살리는 일’ 너머의 무언가가 더 있으리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저버릴 수 없다고 고백한다. 일상의 틈새로 쏟아져 나오는 수없이 많은 질문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 들을 노트에 적어 내려가면서도, 정작 저자는 그 어떤 질문에도 정답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숱한 고민은 아무 의미가 없었던 걸까? 그렇지 않다. “어쩌면 의학적 고민은 우리의 인생과도 가장 맞닿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기에” 고민의 시간이 무색할 리 없다.
청소년들이 꿈꾸고 바라는 직업의 세계는 저마다 다채로울 것이지만, 그곳에 발을 내딛게 되며 각자 마주하는 고민의 지점은 서로 다르지 않으리라 저자는 생각한다. 걸치는 옷의 종류와 의미가 다를지라도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윤리의식은 결코 비교 우위를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살아갈수록 정답이 없는 세상이지만 충분히 나의 답을 찾아갈 수도 있는 시대다. 또 반대로 말하면, 영영 나의 답을 놓칠 수도 있는 시대다. 그 차이는 ‘책임감’에서 비롯되고, 이는 ‘나와 세상을 향한 끈질긴 고민’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지금, 최선을 다해 고민하기를. 캄캄한 고뇌의 늪을 겸허히 마주하기를. 선택의 갈림길에서 쉽게 도망치지 않기를. 선택과 판단 앞에 책임감 있게 임하기를. 이는 책 속의 모든 질문을 통틀어 궁극적으로 저자가 독자 여러분에게 전하는 뜨거운 응원과 격려일 것이다. 정의롭게, 정직하게, 꿈이 현실이 되는 과정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이 책에 나오는 딜레마 상황은 자신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를 포함한 독자들은 저자가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 몇 가지에 지금껏 옳다고 믿어왔던 저마다의 논리가 하나씩 무너지는 가슴 아픈 경험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성장의 훌륭한 밑거름이 되어 ‘삶’이라는 거대한 딜레마의 복합체를 풀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재영(서울대 의과대학 의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