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의 삶, 특히 한 시인의 삶의 총체적 면모를 온전히 재구성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저자는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시인의 삶의 궤적을 추적했다.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길,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보편적인 길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은 이미 닦여진 길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내며 걸어가야 할 길이다. 특별히 시인의 길은 더욱 그러하다. 시인의 삶이란 일상에 묻혀버리기 쉬운 삶의 진리를 새로운 눈과 지혜로 해석하여 얻어낸 자신만의 언어로 지어낸 집인 까닭이다. 그렇기에 시인이 지어놓은 시의 구조나 토대를 분석해 보는 일은 한 시인의 평전을 그려나가는 과정의 중심일 수 밖에 없다.
추영수 시인은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한 탓에 유년시절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을 하나님에 대한 굳은 신앙을 체화하며 살았다. 추영수 평전의 첫 장을 〈추영수 시인의 삶과 신앙〉으로 시작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저자는 시인이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시인의 전 생애를 살피면서, 시인을 지탱했던 삶의 근원적 힘과 신앙의 맥을 잡아보려고 애쓴다. 굴곡진 삶의 고비고비마다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자신을 어떻게 세워왔는지를 독자들은 시인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추영수 시인은 평생 교육자로서 자신의 삶을 영위했다. 시인의 의식내면에 있던 기독교적 정신지향의 지적 향기는 시인이 교편을 잡던 내내 제자들과 시인을 연결하는 끈이었으며 교사로서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했던 힘이었다. 시인의 영혼은 늘 하늘을 향해 있었기에 그녀의 사유의 메모장에는 말씀과 기도가 그칠 날이 없었다. 마음에 스며드는 걱정과 염려, 내면의 고통을 하늘의 은혜, 사랑, 성령, 평화, 믿음, 감사의 말씀으로 대체했다. 시인의 쉼없는 기도와 시적 메모는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야 하는 신앙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머리 위에서 바람 자락
펄럭이는 소리 들린다
연이어 감싸오는 엄마 맴씨
하얗게 퍼지는 종소리
달빛 연서
새벽 3시
달빛이 썼습니다
고독은 하늘을 담을 수 있는 축복의 그릇
- 헌신, 추영수
추영수 시인은 손을 움직여 글을 쓸 수 있는 순간까지 기도문을 남겼다.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순간까지 시인은 하늘의 소리를 담을 수 있는 축복의 그릇을 빚고 또 빚었다. 7장 〈못다한 유언들〉엔 시인이 평소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내면의 깊은 얘기들로 가득하다. 가족들에게 남긴 마지막 기도는 시인이 지상에서 뿌린 마지막 씨앗이었다. 언젠가는 그 기도의 씨앗들이 새싹을 튀우고 큰 나무로 자라나길, 추영수 평전을 통해 시인으로서 삶과 시적 성과가 한국현대시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