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헌석 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 발췌)
# 1
그에게서 감동 얻고 깨달음으로
꽃피우는 위대한 놀애 글 그래서
다시 현신의 스승
오도송(悟道頌)
- 「오도송(悟道頌)」 일부
이 작품의 중심은 불교 선승이 자신의 깨달음을 읊은 선시, 혹은 불교의 가르침을 함축하고 있는 게송(偈頌)의 하나인 오도송(悟道頌)인 바, 김선호 시인의 시에 대한 ‘철학의 구체화’로 볼 수 있습니다. 김선호 시인은 가톨릭 신자이지만, 시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는 시론시(詩論詩)를 창작하기 위한 방편으로 선택한 제목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구성은 변증법에 의한 ‘정반합(正反合)’의 ‘확산적 변이형’으로 보입니다.
#2
섬뫼 숨결은 사랑의 통로,
참배 겨레의 숨소리는 섬뫼의 피땀이다
- 「섬뫼 울림은」 일부
이 작품에서 ‘섬뫼’를 ‘도산 안창호 선생’으로 환치(換置)하고 독서하면, 문맥이 수월하게 풀립니다. 〈(섬뫼의 울림은) 사랑의 노래다/ 사랑의 노래는 삶의 보람이다〉에서 보이는 두 문장의 은유, 두 문장 사이의 연쇄법은 도산 안창호 선생에 대한 찬양을 담고 있습니다. 김선호 시인이 도산 선생의 사상을 기려 결성된 ‘흥사단’ 대전 지역 회장을 역임한 분임을 상기할 때 어렵게 않게 유추됩니다.
이어 도산 선생의 가르침을 ‘참의 교향시’라고 은유합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은유와 연쇄법에 의하면, 관현악처럼 감동과 영감(靈感)을 생성하는 교향시는 도산 사상의 중심을 이룬 우리 겨레의 ‘이상’과 연계됩니다.
#3
늘 배 불려 주는 어머니의 유방
유방은 어머니의 내리사랑 방임을 안다
안다 해맑은 옹달샘은
생명의 원천임을
- 「옹달샘의 이해」 일부
‘해맑은’ 자연으로서의 ‘옹달샘’이 ‘생명의 원천’임을 연쇄와 은유를 통하여 입증하려는 시상(詩想) 역시 김선호 시인답습니다. 옹달샘은 어머니의 젖, 옹달샘과 젖은 비워야 다시 채워지는 것임을 알면, 채워짐이 곧 비워짐의 ‘비롯’입니다. 비롯은 ‘연(緣)’으로 이어지는 ‘인(因)’이기 때문에 ‘인’은 채워진 샘물이고, 이 샘물은 흐름이 멎는 ‘연’으로 정리됩니다.
#4
입속 혀에 도끼 듦을 깨달으면
비둘기 행복하게 오래 사는지라
- 「입안에 도끼 들었느니」 일부
이 작품에서 시인은 〈이러다가, 저러다가, 그러다가〉, 멈칫멈칫하면 하고자 하는 일들이 수포로 돌아감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주저주저하는 사이에 쌓고 있던 공든 탑이 무너집니다. 꼭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사이에 중동에서 테러를 일삼는 알카에다 부류의 폭거를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다가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죽게 합니다. 1~3연의 시상은 옳고 정직한 일을 주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수정 반복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선호 시인의 시선집에 수록된 시들을 감상하며, 시상과 정서가 합일(合一)되어 있어, 작품 그대로의 감동을 생성하는 여러 편을 독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