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 에디슨이 발명한 실용적인 전구로 인해 밤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전구는 그동안 밤을 지배했던 귀신과 도깨비, 강도와 도둑을 몰아냈지만, 또 다른 문제를 불러왔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밤의 어둠이 왜 중요한지, 어두운 밤을 되찾기 위해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둠의 소중함을 알고 지키기 위한 노력에 참여하여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전영석(서울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식물도, 동물도, 사람도 캄캄한 밤이 필요하다
수십억 년 전, 지구가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낮과 밤이 있었다. 지구가 태양 둘레를 공전하면서, 스스로 자전하기 때문이다. 낮과 밤의 순환은 지구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그 흐름에 맞추어, 수많은 생물은 생존해 왔다. 식물도, 동물도, 사람도 오랫동안 낮에는 낮의 일을 하고 밤에는 밤의 일을 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갑자기 전구라는 녀석이 끼어들어, 지구 생태계의 민감한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이 책은 예부터 수많은 동식물이 어떻게 낮과 밤의 주기에 맞춰 살아왔는지 그 신비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그리고 전구가 발명되고 널리 사용되면서, 그 방식들이 쓸모없게 되자 땅과 바다, 공중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이 혼란과 위험에 빠진 모습을 조목조목 비추어준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면서 방향을 찾아 이동했던 새와 물범은 길을 잃었고, 외딴 산기슭에 살던 표범과 퓨마, 코요테는 인공조명이 닿지 않는 더 깊은 산속으로 숨어버렸다. 가로등 옆 나무는 봄에 너무 일찍 꽃을 피운 까닭에 서리를 맞고 꽃이 시들어 열매를 맺지 못하며, 등대 불빛에 이끌려 날아든 새들은 구조물에 부딪쳐 떼죽음을 당한다. 인공조명은 인간의 생체 리듬에도 악영향을 준다. 인간이 만들어낸 빛이 일으킨 재앙에서 지구를 구할 방법은 없을까?
밤을 되찾기 위해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인공조명이 도시와 마을 곳곳에 침투했지만, 밤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문제를 일으켰으니, 해결할 수도 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듯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으면 늘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이 책은 인공조명의 영향을 줄이고 밤다운 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우리 각자가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그것은 쓰지 않는 전구의 스위치를 끄고, 전등의 갓을 씌우고, 움직임이 감지될 때에만 작동하는 조명을 사용하는 등의 소소한 실천에서부터 밤하늘 밝기 관측 자료를 모으는 ‘글로브 앳 나이트(Globe at Night)’ 활동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시민 과학 활동까지 포함한다. 캄캄한 밤을 누리며 동식물과 더불어 건강한 삶을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집 안에 안 쓰는 조명부터 끄자. 우리가 다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설 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의 수도 하나둘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