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지 말라고?”
“소설 쓰지 마.” 혹자는 경멸조로 말한다. 삶에서 왜곡된 이야기와 그 헛헛함에 물릴 때.
작가는 그렇게 세인들 입에서 평가 절하된 소설을 2020년 11월부터 운명처럼 쓰기 시작했고, 2020년 12월 2일 탈고한 단편소설 《정화(구 제목. 필터)》를 필두로,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올린 소설 세 편까지 더하여, 열네 번째 작품을 쓰고 있다.
그는 2023년 한 고명하신 문학박사에게서 “소설 잘 쓴다. 소설이 뭔지 잘 알고 있다.”라는 평을 듣고, “소설 쓰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54년 인생을 통째 담가 숙성시켜 장 맛 나는, 진정성 있는 소설!
작가는 이번 소설에 54년 인생을 통째 담가 숙성시켰다고도 하고, 탈곡기에 넣어 쏟아져 나온 낟알들을 흩뿌려 놓았다고도 할 만큼 비장하다. 작가의 소설들을 총체적으로 볼 때, ‘신변잡기냐? 드라마냐? 소설이냐?’ 하는 물음에, “형식은 중요하지 않으며 어떤 평도 상관없다.”라고 밝혔다.
중요한 불변의 본질은, 강제성을 띤 성공 지향 획일화 교육, 과열 경쟁, 물질주의와 과잉생산으로 오염된 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정신을 정화할, 교과서보다 먼저 읽어봐야 할, 진정성 있는 소설·철학·교육 서적을 집필하고자 한 것이 작가의 의지다.
핍홀(PEEP HOLE, 감시창)을 자아 내면으로 뚫는다면,
‘지혜의 방’ 열쇠를 거머쥘 수 있다!
소설 속 대표 화자인 은우는 할아버지 유언과 아버지 죽음의 배경이 된 ‘데리다 요양원’을 찾는다. 반세기 남짓 지나 폐허가 된 요양원에서 고철 덩어리가 된 로봇을 발견하고, 은우 삼촌이 로봇을 복구한다. 데리다 요양원은 세계 각국에서 국가 대표선수처럼 발탁된 입소자들이 모인 특수한 곳이었다. 고인이 됐을 등장인물들이 로봇에 저장된 자료 안에서 부활하고, 액자 구성을 통해 저마다의 사연과 정체성을 엿볼 수 있게 된다. 곳곳에 숨은 복선과 철학적 문구, 인물 심리·행동을 묘사하는 필치가 간간이 사색의 물결이 되어 독자의 마음 언저리를 찰랑찰랑 두드릴 것이다.
은우 할아버지의 유언, ‘가서 길을 뚫어라.’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주어진 수행 과제 같은 것이다. 철학적, 교육적인 내용이 스며든,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실감 나게 가공된 소설로서,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차근차근 곱씹으며 정독·완독한 독자에게만, 가상 현실로 그치지 않고, 현실의 삶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비법을 전한다.
끝으로 저자는 “이 작품은 현재까지의 내 생애에 걸쳐 접한 경험, 철학, 성찰을 녹인 소설”이라며 “내게 문학 창작이 정화인 것처럼, 정신 정화를 거쳐 창작한 이 소설이 독자에게는 인간 존엄성·행복·평화·치유라는 의미를 담은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