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라는 짧은 대사가 당신의 마음속에 와닿아 언어를 넘어서기를
-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다
성경의 유명한 일화 중 바벨탑 이야기가 있다. 하늘에 닿기 위해 높은 탑을 쌓는 인간들을 보고 신이 노하여 제각기 다른 언어를 쓰게 함으로써 탑을 무너뜨렸다는 얘기다. 신이 인간을 분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언어를 택했다는 점은 퍽 의미심장하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발명되었지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도리어 소통의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라는 짧은 대사와 언어라는 오류』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는 마음이 담긴 시집이다. 시인은 배보다 사랑, 희망과 같은 정신적 가치가 고프다. 시인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반석, 초석이 되어 주고 빛나는 물결과 햇살처럼 언제나 자신을 반겨주는 누군가이다(「세상의 이웃 사람들에게」).
시인이 원하는 사랑, 존중, 이해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은 ‘언어’다. 시에서 글자, 거짓말 등으로 등장하는 언어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소통의 오류를 일으킨다. “가짜 진주를 진짜라고 말하”거나, “더 무식하게 유식한 척 떠들”거나(「사랑에 대한 거짓 증거와 맹세에 관하여」), “수많은 인파의 많은 사람들을 보고 생각하는 이유를 캐묻는 것과 생각할 수 있는 많은 것과 돌이켜지지 않은 일과에 대한 보람”(「일과」)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대목이 그러하다.
언어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은 ‘시’다. 시 역시 문자언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특유의 함축성으로 일상적 의사소통을 넘어서 언어의 한계에 도전한다. 그래서 시인은 “시처럼 말하는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며 진정한 이해를 구한다.
시인이 꿈꾸는 세상은 「물감」에서 잘 나타난다. 각자 자신의 물감을 가지고 옆의 사람들과 함께 따뜻하고 조화롭게 색을 칠해 나가는 세상이다. 사랑과 이해, 존중이 있는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세상은 색색의 물감으로 칠해진 것처럼 다채롭고 조화롭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도 편을 가르고 다투는 세상, 시인은 시를 통해 모두가 화합하는 새 날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