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무분별한 욕구와 탐욕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검은돈과 금융사기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금융정보분석원장 출신 이철환 위원장이 제시하는
검은돈과 금융사기의 모든 것
이 책은 〈검은돈의 세계〉 〈금융사기의 행태와 수법〉 그리고 〈건전한 금융 질서와 관행의 정착〉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검은돈의 세계〉에서는 검은돈과 뒷거래의 유형과 행태, 그리고 이로 인한 경제 사회적 파장을 적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비리와 부패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특히 기업인들은 여전히 이 검은 뒷거래를 필요악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직 우리 기업 풍토에는 여전히 비자금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는 그런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검은 뒷거래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된다. 뒷거래에 들어간 비용을 메우기 위해 또 다른 불법이 자행됨으로써 우리 경제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초래하고 경쟁력을 훼손시킨다. 때로는 대형 사고를 유발하여 국가사회에 재앙을 불러오기도 한다. 심지어 경제사회 체제를 와해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저자는 이 검은돈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업의 비자금이나 리베이트, 탈세 혹은 각종 뇌물 등을 통해 얻은 돈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를 조성하는 방법과 통로가 되는 횡령과 배임, 분식회계, 암호화폐, 비밀계좌나 조세피난처, 환치기를 통한 자금세탁 등을 소개하고 있다.
2부는 〈금융사기의 행태와 수법〉에서는 금융사기의 각종 유형과 수법, 그리고 피해를 예방하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금융사기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사기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이뤄지지만, 최근에는 고액의 투자수익을 노리는 젊은 층이나 노후 자금이 절박한 고령층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을 상대로 사기범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 피해는 문제가 한층 더 심각하다. 사기에 속아 넘어가 평생 벌어둔 노후자금을 한순간에 몽땅 날려버리고 좌절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취업난, 등록금 부담 등 어려운 현실에 처한 대학생을 상대로 대출사기, 그리고 피싱(phishing) 등 전기통신금융사기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금융사기 수법은 실로 다양하다. 더욱이 새로운 금융상품과 금융기법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사기 수법도 천태만상 다양해지고, 고도로 지능화 및 교묘해지고 있다. 저자는 폰지사기와 주가조작, 대출사기 등 고전적 수법부터 암호화폐, 파생상품, 불완전판매, 피싱(phishing) 등 실로 다양한 사기의 형태와 수법을 사례를 들어가며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파생상품들은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를 통해 거래되므로 투기성이 강하고 고위험을 수반한다. 이제는 디지털 자산인 암호화폐까지 등장하여 가장 빈번한 그리고 대규모의 사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칭 계좌를 이용한 리딩방 사기, 상호 간의 신뢰 관계를 이용하여 사기를 치는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까지 등장하였다. 그 결과 이제는 전문가들조차도 사기를 당하기 일쑤다. 여기에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금융사기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이러한 다양한 사기 수법에 휘말려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방안도 사례를 들어가며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3부 〈건전한 금융 질서와 관행의 정착〉에서는 금융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와 관행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검은돈을 뿌리 뽑고 사기를 당하지 않는 방안으로 귀결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무엇보다도 투자자가 기본에 충실한 정석 플레이를 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일확천금의 유혹에 솔깃해서 무리한 투기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투자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질 줄 아는 성숙한 습관과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과 당국은 건전한 투자환경과 여건 조성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은 스스로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의 가장 중요한 Key word는 ‘신뢰(Trust)’이며, 날이 갈수록 금융회사의 평판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최소한 내부통제 미흡으로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고객들에게 남겨야 할 책무가 있다. 그리고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사고의 사전 예방에 초점을 둔 사전 감독 기능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끝으로 사법당국의 법집행기능이 한층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검은 뒷거래와 사기범죄에 대한 억제력 강화를 위해서는 처벌 수위를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실 그동안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이 우리 사회에 사기죄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커다란 요인이 되어 왔으며, 그 결과 ‘사기 공화국’이라는 오명도 받아왔다. 따라서 사회적 신뢰를 손상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엄정한 사회적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실효성을 거둘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등 금융시장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기관에서 일한 경험뿐만 아니라 한국금융연구원 자문위원과 단국대학교 교수로도 재직하였다. 또 「숫자로 보는 한국의 자본시장」,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암호화폐의 경제학」」 등 다수의 금융 관련 저서도 펴냈다. 따라서 이 책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장감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금융기관 종사자부터 개인투자자들에 이르기까지 두루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