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라서 더 좋아!
사실 이연이와 지석이는 많이 다릅니다. 성별도 다르고 체격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요. 이연이는 키도 크고 목소리도 우렁차고 매사에 적극적이어서 인기가 많아요. 지석이는 이연이보다 체격도 작고 목소리도 작고 살짝 부끄럼쟁이예요. 이렇게 서로 달라서 좋은 점이 더 많아요.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일을 새로운 시각으로 한 번 더 살펴볼 수 있고, 서로 도울 수 있고, 배울 수도 있지요.
그런데 같은 반 친구 경준이는 남녀를 가르며, “여자니까 축구를 못한다.” “우리 집에서는 여자보다 남자가 먼저 한다.”고 말하고는 합니다. 물론 남녀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남자라고 해서, 여자라고 해서 어떤 일은 할 수 없고, 또 우선순위를 가지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지요. 우리 주위에는 이처럼 성별에 대한 편견뿐 아니라, 빈부격차, 인종, 종교, 나이 등과 관련된 많은 편견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잘못된 편견에 젖어 들기 전에, 어릴 때부터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그 속에서 더 큰 장점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싸우고 화해하며 자라는 건강한 아이들
이연이는 학교에서만큼은 여자아이들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을 8년 단짝 지석이가 알아주기를 바라지요. 지석이는 경준이의 짓궂은 장난과 자신을 휘두르려고 하는 행동을 어디까지 받아 줘야 할지, 어떻게 불편함을 얘기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그 와중에 이연이와 달라진 관계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합니다. 경준이는 학교에서도 뭐든 자기 고집대로 하려고 들지요. 또 원이는 소중한 책을 잃어버린 경준이와 지석이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마음을 지닌 각양각색 아이들이 모여 있는 1학년 3반 교실은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개성이 넘치는 아이들이 모였으니 다툼도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고, 또 다른 친구의 생각도 듣고 서로 조율하면서 성장해 나간다는 의미이겠지요. 마음을 꽁꽁 숨기며 속앓이를 하는 것보다 조금 다투더라도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중요한 까닭입니다. 아이들은 지석이와 이연이, 1학년 3반 아이들을 보며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우정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커 갈 것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그려낸 작품
최형미 작가는 그동안 많은 작품을 통해 아이들의 모습을 솔직하고 세밀하게 그리며 마음을 토닥여 왔습니다. 이 책에서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많이 고민했을 법한 친구 관계, 성별에 따른 갈등, 학교생활 등을 충실히 담고 있습니다. 특히 어른들의 개입이 아닌, ‘공포의 물 폭탄’ 사건을 통해 1학년 3반 아이들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담으며 아이들에 대한 믿음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지석이가 자신을 휘두르려고 하는 친구에게 처음으로 당당하게 자기 소리를 내는 장면에서 빛을 발합니다.
또한 박영 작가의 유쾌한 그림은 볼수록 기분 좋은 즐거움을 더합니다. 살아 숨 쉬는 듯한 표정과 행동이 캐릭터들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고 있지요. 글과 그림이 찰떡처럼 어울리는 이 작품이 아이들의 마음에 박히기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