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명(팀)의 국내외 작가와 4명의 필자가 100점의 포스터와 글로 전하는 민주인〮권 이야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연대의 씨앗뭉치
1976년 서울 도심 한복판에 ‘완벽한 고문 밀실’로 설계된 남영동 대공분실은 평범한 시민과 학생들을 상대로 자행된 끔찍한 국가폭력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 국가폭력의 현장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공간인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조성하고 있다. 『민주주의 씨앗뭉치』는 민주화운동기념관 개관을 기념하여 제작되었으며, 민주주의 포스터 프로젝트를 통한 결과물이다.
민주주의 포스터 프로젝트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실천과 담론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포스터라는 형식을 통해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 민주주의 포스터 프로젝트팀(감독 장문정, 큐레이터 김경원ㆍ강유미)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명해 왔으며, 포스터 작업을 통해 간결하고도 정확하게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을 국내외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시각예술 작가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선상에서 반복되고 있는, 반복될지도 모르는, 반복되지 않아야 할 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거나 / 각기 다른 공간에서 일어난 유사한 혹은 같은 사건이 지닌 서로 다른 양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거나 / 미디어의 자극적인 이슈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그러나 주목해야 할 이야기, 낮은 목소리를 전달해 주길’ 청했다. 이에 응답한 국내외 51명(팀)의 참여 작가들은 총 100점의 신작 포스터와 포스터에 대해 직접 쓴 글을 통해 각기 다른 시각언어로 새로운 메시지를 더해 주었다.
참여 작가들은 남영동 대공분실, 남한과 북한, 미국 국회의사당, 나이지리아 선거, 중국의 코로나 봉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민주인권 문제, 인도 및 태국의 정치 현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그 원인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평등, 존재의 다양성과 소수자 인권, (한국, 아프가니스탄, 이란, 미국, 미얀마 등) 세계 각지의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폭력,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 인간적인 환경에서 노동할 권리, 난민과 이민자의 존중받을 권리 등을 주제로 한 작업들은 모든 사람이 맺는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진전시키기 위한 저항, 투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자유, 열린 공감과 연대를 위한 방법 등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과 표현은 복잡하고도 공고한 연결 고리를 이루며 계속 이어진다.
“우리가 진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가 역사를 알고 있는가?(카테리나 코롤레프체바), 민주주의의 앞에 ‘누구의’를 붙이는 건 성립되는 말일까? 민주주의가 오늘날 모든 사회 구성원을 위한 것이라는 명제는 참인가?(신인아), 평등이란 정확히 무엇인가?(하이 온 타입),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는 어떤 모습이겠는가?(크리스 버넷)” 등등 작가들의 글에는 예리한 질문 또한 담겨 있다.
이에 더해 초청 필자 정근식, 김상규, 게이코 세이, 에치오 만치니의 글은 개관을 앞둔 민주화운동기념관이 담아 나가야 할 예술적 상상력, 적극적인 가공을 더한 시각적 표현, 신선한 행동주의, 참여적 민주주의 프로젝트 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참여 작가와 필자들이 꺼내 놓은 이 민주인〮권의 씨앗뭉치가 독자들의 손을 통해 퍼져 나가서 다시 새로운 초록의 생명들을 만들어 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