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불교정신을 발휘한 삼국시대 대표 승려, 원광
그의 세속오계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종교는 한 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 등 많은 방면에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는 특히 불교가 그러했다. 불교는 한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의 큰 기둥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불교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는 ‘호국불교’는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 불교정신의 중심사상이 되어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녕을 기원한다.
호국불교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세속오계로 널리 기억되고 있는 신라의 승려 원광의 일화를 꼽는다. 원광은 진흥왕 시대에 신라불교가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가운데 왕실의 극진한 대우에 걸맞게 신라 왕정에 철저히 봉사했고 신라 왕정 또한 그에게 국정을 자문했다. 하여 원광은 왕의 요청에 따라 수나라에 고구려를 쳐달라고 걸병표를 써 보냈으며, 화랑은 원광의 세속오계 정신으로 무장하여 삼국 통일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책에서는 이러한 원광을 청빈하고 뛰어난 인품을 가진 고승으로 소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정한 호국불교의 예는 아니라고 비판한다. 원광은 지배층이 스승으로 받들며 국정을 자문하는 위치에서 지배자의 잘못된 정책을 일깨우거나 적어도 거부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사대주의적 국서를 수나라에 바침으로써 외세를 끌어들여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 즉, 승려귀족으로서의 계급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신라 지배권력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 것이며, 세속오계 또한 불교적 윤리와 무관한 신라 지배층의 입장에서 요구되는 국가적 윤리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라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동족국가인 고구려 정벌을 수나라 침략자에게 요청한 것이 모순적이라고 평가한다. 이렇듯 《불교사 다이제스트100》은 불교사의 주요한 사건들을 객관적으로 서술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양면적인 평가도 담겨있어 독자들에게 진정한 자비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북한 불교의 현 주소지
: 공산주의 사회 성립 이후 침체된 불교의 잔재
북한의 종교와 불교에 대한 인식, 그리고 현 상황은 어떨까?
북한은 공산주의 사회가 성립하면서 종교를 억압, 착취의 도구로 인식했고, 이러한 종교관에 의하여 불교는 정권수립 초기부터 배척당하기 시작하였다. 1946년에는 종교단체가 소유한 토지를 무상몰수 했고, 특히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하며 승려를 노동현장에 부역시켜 사찰에 머무르지 못하게 하고 탁발을 금지시키는 등 북한불교를 폐허화시켰다.
또, 해방과 6·25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당시 상황에서 등장한 주체사상은 ‘김일성주의’로 명칭이 바뀌면서 신흥종교처럼 여겨져 국가지배형 종교로 전환되었다. 해방 직후 기록상 1,793개였던 사찰이 현재 68개소인 것을 보더라도 북한의 불교가 급격히 쇠락하였음을 알 수 있다. 승려 수 또한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으나 2000년 대에 들어오면서 김일성종합대학 종교학과 등을 통해 양성된 소장 승려들이 주요 사찰에서 활동하고 있고, 현재는 북한 사찰에서 주로 부처님 오신 날, 성도절, 열반절 등 법회가 정기적으로 봉행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전까지 같은 역사를 공유했기에 북한 역사 속 불교의 자취는 아직도 적지 않게 남아 있다. 《불교사 다이제스트100》에서는 우리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북한 불교의 과거와 현재를 다양한 사료를 통해 소개하고, 전조선 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 등의 사건을 다루며 불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우리나라와 북한의 관계성까지 빠짐없이 조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