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는 동양 교육사상사에서 가장 중심을 이루는 인물이다. 그는 유학의 새로운 부흥기에 교육에 대한 사상적 체계화를 이루고서 후대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고, 나아가 현대의 교육철학적 주제들과도 다방면으로 연결돼 의미 있는 통찰을 선사하는 교육론을 구축했다. 전래의 교육문명의 정수를 유교적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전승하는 문제의식을 근간으로 한, 그리고 유학 안팎의 주요 사상 및 학파들과의 논쟁 및 대결을 펼치며 정립된 주희의 교육철학은 동양 전통 시대의 교육적 사유와 실천의 전반에 접근하는 하나의 핵심 길목이다.
동양의 교육철학적 사유는 일반적으로 가르침의 문제나 교사의 역할을 중심으로 논의를 펴는 서양과는 달리, 배우는 자의 입장에서 배움 및 수행, 학문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특징을 지닌다. 주희의 교육철학도 이러한 흐름 위에서 학(學) 및 배움, 공부에 대한 이론으로서의 공부론(工夫論)이 그 대체를 이루는 모습을 보인다. 일반 철학계에서 전통 사상에 대한 주요 연구 범주의 하나로 자리잡은 공부론은 주희 교육철학의 알맹이이기도 한 것이다.
주희의 교육철학에 대해 공부론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그 현대적 전승의 가능성까지 모색한 황금중 교수의 『주희의 공부론과 교육철학』이 출간됐다. 다양성, 개방성, 균형성이라는 학문적 태도를 배경으로 주희 사상을 포함한 유가의 여러 학파만이 아니라 도가와 불가, 그리고 서양의 사조들까지 아우르는 주요 사상들의 교육적 사유를 추적해 온 저자의 시선은 돌고 돌아서 다시 주희의 특별한 교육사상사적 위상과 교육철학적 존재 의미를 주목하게 되었고, 이 책은 그 탐색의 결실을 담고 있다.
동양 교육사상사의 맥락 속에서 주희의 교육철학, 그리고 그 핵으로서의 공부론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은 가장 적절한 지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방대한 문헌과 복잡한 이론 속에서 혼란을 겪지 않도록, 그 사유와 실천의 정수 이해에 이르는 길을 주요 원전 및 연구 자료를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명료하게 안내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주희 공부론 및 교육철학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위해 주희를 기준으로 안과 밖, 앞과 뒤의 사상을 두루 조망했고 이에 이 사상들에 대한 시야를 넓게 갖추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주희의 사유와 함께 배움 및 학문, 교육의 문제를 사색해 보고자 한다면 이 책으로 보다 가볍게 그러면서도 알차게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